결혼식장에 '축 결혼' 화환이 즐비하고, 축의금 봉투에는 '축 결혼'이라 쓰고, 사회는 '지금부터 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하고 말한다. '결혼(結婚)'은 '혼인을 맺는다'는 말이다. 이때 '혼인(婚姻)'의 '혼(婚)'은 아내의 집이고 '인(姻)'은 남편의 집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글자적 해석으로는 아내의 집과 남편의 집 즉, 집안끼리의 만남일 뿐, 결혼 당사자인 처녀 총각을 말하지 않는다. 간혹 방송에서 나이 많으신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남편 될 사람의 얼굴도 한 번 못보고 시집왔다는 말이 사실이다. 요즘 말로 '깜깜이 결혼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평생을 아들 딸 잘 놓고 해로하시는 것 보면 놀랍다.

혼인은 양가의 사돈을 의미하기 때문에 혼주(婚主)는 당연히 집안의 어른인 아버지인데 간혹 요즘 청첩장을 보면 결혼하는 신랑 신부의 이름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신(新) 결혼풍속도라 할 수 있다. 또한 결혼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 혼(婚)은 여자쪽 집안을 말하는 것이므로 결혼이라는 뜻에는 '장가간다'는 뜻만 포함되고, 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혼인 초부터 남녀불평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장가 드는' 것이 아닌 '장가(杖家) 가는' 것이 천년 이상의 오랜 전통이었다. 혼인을 마친 신부가 곧장 신랑 집으로 가서 생활하는 친영제도는 성리학적 윤리가 강조되는 17세기 이후이니 혼인의 중심축은 남자집이 아니라 여자집이었다는 것을 알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호적법·민법·주민등록법 등 그 어디에도 '결혼'이라는 용어는 없다. 모두 '혼인'으로 표기돼 있다. 결혼식 때 '혼인서약'은 있어도 '결혼서약'은 없고, '혼인신고'는 해도 '결혼신고'는 하지 않는다. 성혼선언문도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뤄졌음을 선언'하지 '이 결혼이 원만하게…'라고 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용어는 우리의 전통용어가 아니고 영어를 일본사람들이 번역하면서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결혼보다는 혼인, 결혼식보다는 혼례식이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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