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匠人精神)
장인정신(匠人精神)
  • 김철수 칼럼위원
  • 승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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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노벨상 5개 부문 중에 노벨 생리의학상에 수상자인 일본인 어느 명예교수 이름이 언론에 대서특필돼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온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외골수 '장인정신'이 노벨상에 버금가게 인구(人口)에 회자(膾炙) 됐다.

화제의 인물은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 공업대 명예교수로 노벨 생리의학상자로 선정됐다. '세포내 쓰레기통'이라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돌연변이 효모(액포)연구에 50년간 매달렸던 이다.

'헤소마가리(외골수)'로 불리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헤소마가리'는 남이야 뭐라 하건 자기 식으로 외길을 가는 고집불통을 의미한다. 어원 연구자들은 이 말이 베틀로 옷감을 짜던 시대에 생겼다고 보고 있다. 삼베 실을 실패에 둘둘 감아놓은 것을 '헤소' 라고 하며, '마가리'는 구부러졌다는 뜻이다. 순진한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면 가지런하게 감기지만, 고집쟁이가 제멋대로 감으면 구부러지면서 독특한 모양이 된다는 것이다.

'장인 정신'의 유래에는 비장감이 묻어있다. 일본의 봉건시대 사무라이는 최상위 10%의 계층이었다. 당시 상품을 구매하는 최대 수요층이었다. 무례한 일을 저지른 농민·상공인을 살상할 권한도 있던 그들은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그 제조자를 가차없이 칼로 쳐 죽였다. 반면에 물건을 잘 만들면 가업을 잘 계승하게끔 돌봐주기도 했다. 사무라이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물건을 만든 게 일본의 장인정신의 토대다.

조급증과 단기성과에 급급한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노벨과학상은 요원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노벨과학상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분야를 묵묵히 개척한 고독한 선구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노벨상 계절이 돌아오는 계절에는 어느 재벌기업의 창업주의 좌우명을 곱씹어 본다. 운둔근(運鈍根) 우둔하면서 끈기 있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도 따라 온다는 뜻이다.

십수년 전 고향의 상공회의소 일원으로 일본의 야마구찌 현 하기(秋)시의 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일이 있다. 중소기업 두 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항구도시인 이곳에서 4대째 어포(魚脯)를 생산가공·수출하는 기업체가 있었다. 그 기업은 100년이 넘었다. 대대로 가업을 계승해 어포를 만들고 있었다. 동경에서 일류대를 나온 30대 젊은이가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서 경영수업 중이라고 했다.

젊은 예비사장은 "조상 때부터 이어온 어포 만드는 업을 일본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으로 만드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감동적이었다. 어포 만들기란 단순한 공정에다 흔한 식품가공업인데 세계 제일 운운하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의 생각은 자기의 직업, 가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바로 '장인정신' 이었다. 이런 '장인정신'이 이들의 DNA속에 내재돼 있었다. 어포의 생산에서 포장·판매·유통·수출까지의 위생적이고 치밀한 과정에 놀랐다.

두 번째 업체인 밀감 가공기업을 견학했다. 밀감을 선별해 가공하는 시스템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거제에서 유자를 가공·포장하는 모습을 보고 인식된 우리는 이곳을 보고 경악했다. 밀감을 원료로 만든 젤리·양갱·사탕·케이크 등 밀감의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린 가공산업은 과히 '장인정신'의 본보기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한 우물을 파는 집요한 '장인정신'이었다.

이런 '장인정신' 이야말로 일본이 노벨상 분야에서 평화상·문학상을 뺀 과학상만 해도 22번, 생리의학상을 4번을 받은 원동력이었으리라.

노벨상을 받은 오스미 교수는 51세 때 정교수가 됐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늦은 나이였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한 우물만 파는 '장인정신'으로 끝내 학문의 꽃인 노벨상이란 열매로 결실을 본 것이다. 그는 "세포 속 쓰레기통을 연구했다. '헤소마가리'의 개척심이 노벨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서 '장인정신'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가? 일본의 한 평론가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의 한계를 주제로 쓴 책이 있다. 한국 경제가 그간 상당한 발전을 이뤄왔지만, 한계에 부딪혀 성장을 멈추고 침체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들고 있다.  하나는 몸에 배인 양반정신이다. 양반은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양반근성은 어느 정도 살 만하면 노동을 기피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이다.

둘, '장인정신'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정성을 들여 치밀하고 끈기 있게 임해야 하는데 대충대충 일하는 버릇이 있다.

입신출세나 부귀공명에 마음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고 인생을 투자하는 정신이 '장인정신'이 아니겠는가. 정신적 가치인 '장인정신'을 길러서 자기실현과 사회적 기여로 삶의 보람을 찾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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