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양쪽으로 벚꽃·개나리가 만개한 3월의 마지막 일요일. 가족들과 함께 학동몽돌해수욕장까지 드라이브를 떠났다. 공기는 따스하고 바람은 상쾌해 차 유리창을 반쯤 열고 2차선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고 있었다.

코너를 도는데 앞에 달리는 차량의 썬루프를 통해 7∼8살쯤 돼보이는 두 명의 어린아이가 상반신을 내밀고 양손을 흔들고 고함도 지르면서 달리고 있었다. 잠깐 들어가나 했더니 장난감 총을 들고 나와 총 쏘는 시늉도 하면서 한참을 신나게 떠들고 놀았다.

차량운전 시에는 어떠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줄 모른다. 혹시라도 급정거를 하거나 뒷차량이 와서 추돌한다면 저 아이들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니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부모들이 동승하고 있는데도 굳이 말리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날씨도 따뜻하고 야외이다 보니 차안에서 썬루프를 열어달라는 아이들의 말을 들어줬을 것이고, 안전벨트는 고사하고 몸을 반이나 밖으로 내놓고 고함치는 아이들을 그저 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많은 걸 본다. 썬루프에 몸을 내밀고 있는 모습, 카시트에 앉은 아이들이 뒷좌석에서 난리가 나고 앞좌석을 오가며 창문으로 얼굴 내밀기, 아기를 안고 운전하는 젊은 엄마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내 아이에게 유기농으로 먹이고 비싼 브랜드 옷 입히고, 영어유치원 보내면 뭐할까? 아이의 안전이 가장 기본 아닐까? 아차 하는 순간 사고는 발생하고 생사는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많은 차량에 썬루프가 설치돼 있다. 출고 시 옵션사항으로 희망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지만 SUV차량 등 고가의 차량일수록 그 설치비율이 높다. 썬루프가 설치된 차량의 경우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담배를 피우는 운전자들의 차량내 공기정화를 위해 많이 설치한다.

썬루프 설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관련 법규는 미흡하기만 하다. 썬루프를 이용해 달리는 차량 바깥으로 머리를 내미는 경우 경찰에 신고하면 안전벨트 미착용이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신고는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고 현장에서 교통경찰이 안전벨트 미착용을 발견하고 바로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법밖에 없다. 안전띠 미착용보다 훨씬 강력한 단속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달리는 차량에서 아이가 썬루프를 통해 몸을 내밀겠다고 했을 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그런 행동을 못하도록 말려야 하며 사전 안전교육도 반드시 시켜야 할 것이다. 작은 방심과 무관심이 큰 교통사고로 이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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