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대우병원 내과 과장
최승호 대우병원 내과 과장

봄철 연례행사인 의료보험의 종합검진 결과를 보면 항상 접하게 되는 것이 간기능 이상소견이다. 나조차도 최근까지 지방간이 계속 있었고 간수치도 검사할 때마다 비정상이 나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치료 또한 받지 않다가 아버지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것을 보고 치료 받기 시작했으니 일반 환자들은 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듯하다. 거제도에서 간기능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취업을 위한 검진에서 간기능 검사 수치가 높게 나온 환자겠지만 이 마저도 취업이 된다면 관심이 없어질 것이다.

종합검진 결과에서 간기능 이상을 보이는 사람은 보통 두 부류로 나뉜다.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부류와 술은 입에도 대지 않지만 간수치가 올라간 부류이다. B형간염, C형간염, 간경화 등 기저 간질환이 있지 않고서는 대부분 지방간으로 진단되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의 종류보다 총 섭취량과 관계있고, 같은 양이라도 매일 지속적으로 마시면 알코올 대사의 효율성이 떨어져 지방간 발생이 더 심해진다. 또한 알코올의 대사능력은 유전적 영향을 받으므로 개인차가 있을 수 있고 영양 상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음주력이 남성에서는 하루 60~80g(소주 1병), 여성에서는 20~40g(소주 반병)을 10년 이상 마실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하며, 남성은 하루 알코올 20g 이하(소주 2잔 정도에 해당), 여성은 하루 10g 이하의 음주량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술을 전혀 안마시거나 소량을 마실 뿐인데도(여성의 경우 1주일에 소주 1병, 남성의 경우 1주일에 소주 2병 이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많이 끼어있는 질환을 말한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들에서 지방간을 같이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부신피질 호르몬 등)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제를 오래 복용하여도 지방간이 올 수 있다. 급작스러운 체중 감량이나, 체중 감량을 위한 수술 후에도 심한 지방간이 올 수 있다.

대부분 아무 증상도 없기 때문에 우연히 시행한 검사 또는 종합검진에서 간기능이 나쁘다고 알게 되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 가끔 간이 위치한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피로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지방간의 진단을 위해서는 간이 나빠질 수 있는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간의 모양을 보는 초음파 검사 또는 CT·MRI 검사가 필요하다. 드물게 간조직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금주이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의 초기 상태인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정상으로 회복되므로 가능하면 빨리 끊는 것이 좋다. 개인의 의지로 금주가 어려운 경우에는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거나 전문상담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는 우선 관련된 인자들, 즉 당뇨병, 비만, 관련 약제 등의 원인을 치료해야 간도 좋아진다. 적극적인 체중 감량, 적절한 식사요법,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약물요법은 체내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키는 종류의 당뇨병 치료제, 항산화제인 비타민E(토코페롤), 고지혈증 치료제가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지방간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간은 증상도 크게 없을 뿐더러 명확한 치료제가 없으며 금주를 포함한 생활 습관 개선, 식이요법 및 운동요법 등을 요하기 때문에 실천하기가 어려워 간수치가 높다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35%는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8~20%는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진행되어 결국 간암이나 말기 간부전으로 이르게 되어 사망하게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비알콜성 단순 지방간은 가벼운 병이지만,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되었을 경우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적당한 음주는 힘든 일상에 활력소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주기적인 검사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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