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던 고향 안장은 당파·논리 떠나 당연한 것"
"그리워하던 고향 안장은 당파·논리 떠나 당연한 것"
  • 정종민 기자
  • 승인 2018.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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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귀향' 조력자 통영국제음악재단 이용민 본부장

고향을 떠난 지 49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통영에 돌아온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추모식이 지난달 30일 통영국제음악당에 마련된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여사는 "남편은 믿음이나 역사에 어긋나는 일 없이 평생을 살았기에 언젠가 우리나라도 그의 가치를 인정해주리라 생각했다"며 "긴 세월 동안 남편이 나쁘게 선전될 때는 가슴이 아파 눈물 흘렸다"고 애절한 느낌을 전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의 독일 묘소참배가 남편의 유해 이장이 실현되는 계기가 됐다"며 "유해 이장에 힘써준 한국·독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너무 감사하며 이 잊을 수 없는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덧붙였다. 윤이상의 유해는 지난달 25일 독일에서 이장해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임시로 보관해왔다. 지난 20일 통영국제음악당 인근에 미리 마련한 묘역에 안장했다.

이날 윤이상 선생의 유해 안장을 누구 보다 애절하게 지켜 본 사람이 있다. 생전에 만나본 적은 없지만 윤이상에 대한 석사 논문을 집필하면서 공부하며 연구했고, 윤이상을 기리는 사업을 많이 하는 통영국제음악재단의 사무국장, 지금은 예술기획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용민 씨가 바로 장본인이다. 지난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윤이상의 유해 고향 이장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이용민 본부장.

부인 이수자 여사를 통해 그의 부지런함과 다원주의자적 음악행보를 접했고, 유품을 정리하면서 절절하게 고향을 그리는 숨결을 오롯이 느끼면서 묵묵히 그의 귀향만을 위해 그림자처럼 움직였던 이 본부장을 만나 그가 느낀 윤이상에 대해 들어 본다.  <편집자 주>


윤이상은 다원주의자…유품을 정리하며 고향 그리는 숨결 오롯이 느껴
석사학위 논문 연구하며 접한 윤이상…탄생 100주년 행사 준비하며 제안
30일∼4월 8일 통영국제음악제…작곡 '낙동강의 시' 초연 등 무대 풍성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대해 소개해 주시고, 재단에서 활동하신 배경은?
= 중등 음악교사를 하던 중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를 하면서 통영시와 인연이 됐습니다. 지난 2002년 통영음악재단 운영위원으로 시작해 2004년 재단 사무국장, 2014년 예술기획부 본부장을 지내는 등 재단 운영 및 통영국제음악당 건립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함께해 왔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윤이상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 윤이상 선생을 만난 적도 없고 알지 못했습니다. 1994년 윤이상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쓰면서 서서히 알게 됐지요. 윤이상에 대한 자료는 국회도서관에 10편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논문 자체가 없었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윤이상에 대해 공부와 연구를 하게 됐고, 이는 통영음악재단에 근무하면서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를 개최하는데 정신적 혼의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본부장이 생각하는 윤이상은 어떤 사람이며,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논문을 쓰면서 공부한 윤이상 선생도 있지만, 부인 이수자 여사(92)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지요. 사모님께서는 윤이상 선생을 다원주의자라고 표현하십니다. 한마디로 그는 모든 것으로부터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민족 평화에서부터 예술, 동서양은 물론, 남과 북의 벽을 허무는 것을 포함합니다.

윤이상 선생의 작품은 초기에는 도교사상에 심취한 것 같습니다.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는 정중동이라는 표현이 많이 묻어나 있고, 다음에는 불교에 나오는 나모와 바라 사상도 깃들여져 있습니다. 중간에는 기독교 곡을 쓰기도 하는 등 종교에도 특정하지 않고 오픈돼 있는 분이었습니다.

북한 망명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한 정부가 윤이상 선생을 받아들이지 않자 대체제로써 북한을 선택한 것 뿐, 어떻게 보면 남북 경계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부산 출신으로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윤이상 선생을 만나 구속되기도 했던 이수자 여사는 남편이 그리던 고향 통영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여사는 한국에 오자마자 "내가 죽으면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고향 땅 통영에 묻어 달라는 남편의 한을 풀어달라"고 말했을 정도로 윤이상 선생이 고향을 그리워 했던 것 같습니다.

△윤이상 유해 반환 요청을 왜 했으며,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 세계적 작곡계의 거장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에 안장되는 것은 당파와 논리를 떠나 당연한 것이지요. 작년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향 통영으로의 이장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통영시장과도 이야기를 했지만 난관에 봉착했지요. 독일의 가토묘지는 시립으로 유공자들이 묻히는 문화자산으로 이장을 하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각서까지 받아 안장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장이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가족이 베를린 시장에게 이장을 원하는 편지를 썼고 외교부를 통해 전달이 됐습니다. 독일 측에서 안장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법적 제한을 완화해 보겠다는 희망적 답변도 전해왔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9월 G20 독일 방문 때 윤이상 묘역에 통영의 동백나무 2그루를 심은 것이 독일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통영문화재단 이용민 본부장이 윤이상 유해가 안장된 너럭바위를 가르키며 안장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통영문화재단 이용민 본부장이 윤이상 유해가 안장된 너럭바위를 가르키며 안장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윤이상 유해가 베를린의 가토 공원묘지를 출발해 한국으로 귀환하던 과정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작년 9월 말 100주년 기념식 과정에서 유해 귀환의사를 전달하면서 유해 이송 등 절차를 알아봤습니다. 올해엔 유해 귀환이 결정됐지만, 독일 항공법상 유해를 특수화물로 부쳐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독일인인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가 직접 현지 이장에 참여하면서 독일 측이 유해를 직접 들고 올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통영지역 일부 인사들이 통영 귀환을 반대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며 중재역할을 어떻게 했는지…
= 중재역할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냉전시대 논리로 일방적인 주장 보다 오해를 풀고 더 높은 차원에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윤이상 선생은 종북과 월북이 아닌, 방북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객관적 잣대가 아닌 모호한 잣대로 한 예술가의 혼을 상실하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뉴스에서 시리아 난민아이 아일란 쿠드리의 시신이 해변에 떠내려 온 사진을 보면서 울컥했던 적이 있습니다. 윤이상 선생을 생각하며 타국에서 얼마나 돌아오고 싶어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드디어 30일 유해 안장 추모식이 열렸는데 감회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윤이상 선생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다큐나 전언을 통해 그분의 음악적 천재성과 성실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분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열심히 사신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향심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했는지 유품 곳곳에 배어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분이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고향, 그리고 지금은 부인과 가족이 정착하고 있는 고향에 묻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윤이상 선생의 소망을 풀어 참으로 잘됐고, 감사한 일이지요.

△아울러 한국인, 그리고 통영 지역민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고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안장된 통영국제음악당은 2014년 설립되어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TIMF아카데미 등 전신인 (재)통영국제음악제의 사업과 통영국제음악당, 통영시민문화회관, 윤이상 기념공원을 수탁 운영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하여 섬, 바다, 뭍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 통영은 걸출한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한 문화적 전통성과 잠재력을 가진 문화예술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의 고향이며, 역시 통영출신의 소설가 박경리의 작품 속에서 그 정취가 살아 숨쉬는 고장입니다. 이 같은 문인들뿐 아니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평생을 그리워한 고향 앞바다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통영이기도 하다.

이처럼 윤이상의 고향이라는 음악사적 배경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중심부에 펼쳐진 수려한 자연경관은 통영이 국제적인 음악도시로의 성장과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더욱 살릴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들이 더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가 공교롭게도 '귀향'이라는 주제로 시작됐습니다. 올해 음악제에 대한 특별한 컨셉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 사실 통영음악재단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인식이 들 정도로 예산이 많이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행사를 구상한 만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같은 아쉬움에 따라 올해에도 100주년을 이어간다는 마음으로 주제를 '귀향'으로 정했는데, 공교롭게도 윤이상 선생의 유해가 고향에 안장되면서 의미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30일부터 4월 8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열리는 음악제는 먼저 '귀향'이란 테마와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곡들이 있습니다. 30일∼4월 1일 오후 5시 블랙박스에서는 루트거 엥겔스가 재단의 요청으로 만든 음악극 '귀향'이 세계 초연됩니다. 트로이 전쟁 10년과 그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온 율리시스의 여정을 윤이상의 삶에 교차시킨 작품이다.

5일에 세계 초연되는 '낙동강의 시'는 유족이 미발표 악보를 발견한 곡으로, 6·25전쟁의 비극적 정서를 표현한 것입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이름을 알린 소프라노 조수미도 세 차례 무대에 오릅니다. 7일 오후 3시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Ι'에서는 진은숙이 작곡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퍼즐&게임 모음곡'을 들려줍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공연인 '리빙 하바나'의 주인공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아르투로 산도발은 7일 오후 7시 반 피아니스트 케무엘 로이그, 색소폰 연주자 마이클 터커 등과 협연합니다.

이밖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피아니스트 치몬 바르토, 베네비츠 콰르텟&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첼리스트 양성원&피아니스트 엔리코 파체, 대금 연주자 유홍&가곡 이수자 박민희 등 풍성한 공연도 함께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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