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봄철이 되면 반갑지 않는 불청객이 바다를 찾아온다. 그것은 다름 아닌 농무(濃霧), 즉 짙은 안개다. 농무는 봄철 해안에서 발생한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바다와 만나 바다위에 짙은 안개가 만들어지는데, 그 층이 두껍고 범위가 넓어 육지에서 발생한 안개보다 오래 지속돼 시야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협한다.

농무가 바다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한참 불이 붙고 있는 6.13전국동시지방선거에도 '선거판 농무'로 인해 유권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경남도지사 선거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권민호 전 거제시장, 공윤권 전 경남도의원 등 3명, 자유한국당 역시 김영선·안홍준 전 의원, 하영제 전 농림부 차관 등 3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채 표밭을 누비고 있다. 이들 6명 후보의 1차 관문은 당 공천이다.

그런데 정작 선거판을 뛰고 있는 주자들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고 여론조사에서도 뜨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에게 중앙당의 '전략공천이라는 농무'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3명의 예비후보 뒤에 김경수 의원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론조사기관은 김 의원 본인의 불출마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항목에 계속 끼워 넣어 조사한 결과 지지율 1위로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공민배·권민호 예비후보 2명이 자유한국당 어느 후보와 대결해도 이기는 결과가 나오는 등 예전 보수당 텃밭 분위기를 확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중앙당에서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언론을 통해 경선자격을 상실한 김경수 의원을 전략공천해 경남도지사 자리를 반드시 빼앗겠다는 당위론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일찌감치 경남을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경남지역 국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에서 "여권의 패를 보고 4월 말까지 결정하겠다"면서 "선거는 한달이면 여론몰이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현재 출마자 이외에 이주영·박완수 현역 의원을 비롯한 여러 명을 추천했다가 거부당하자 측근인 윤한홍 의원의 등을 떠 밀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따라서 김경수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면 민주당 내의 역학 구도가 바뀌고, 상대하는 자유한국당의 후보마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민주당에서는 김경수 전략공천을 하면, 김 의원을 제외한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인 공민배 예비후보 등이 반발할 게 뻔하다. 공민배 예비후보는 특히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전략공천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는 노무현 정신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그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신에도 크게 배치된다"면서 "공정성을 저해하는 전략공천을 강행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특단의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 놓는 배수진을 쳤다.

한국당은 홍 대표가 밝혔듯 민주당 인물에 따라 상대를 바꿀 심사다. 이런 두 당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정치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실태는 경남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도내 기초단체장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도대체 경남도민을 뭐로 본단 말인가. 출마선언을 한 뒤 도민 앞에서 공약을 내걸고 뛰고 있는 예비후보는 뒤로 한 채 당의 이익 논리만을 내세우며 접근하고 있는 선거 정국을 도민들이 과연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앞에서 열거한 바다의 농무 발생원인을 선거에 대입하면 출마한 후보자와 이를 접촉하는 유권자들은 육지의 따뜻한 공기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바다를 만날 때 농무가 발생하는데, 여기에서 차가운 바다가 각 정당의 대표 및 숨어있는 전략공천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지금 '정치판 선거 농무'가 유권자를 가리고 있다면, 분명 대형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농무가 걷힌 다음, 유권자의 판단에 의해 선명하게 보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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