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중국에서 선교사로 일했던 허드슨 테일러가 한 때 영적인 고민에 빠져 있었다. 갈수록 그에게는 더 많은 책임이 주어졌고 주님을 따라가는 일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열심히 노력해서 따라가면 주님은 어느새 저만치 앞서 가 계셨다고 고백한다. 주님의 모습을 닮기를 원하지만 그 일이 너무 더디기만 하였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고 온 힘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기를 원하고 있지만 그러나 마음에 평안이 없었다.

우리도 이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우리는 종종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교회 다니고, 최선을 다해서 성경 읽고, 최선을 다해서 기도하고, 이렇게 최선을 다하다보면 우리의 삶이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막상 우리의 삶은 여전히 활기 없고 힘없이 살 때가 많다. 결국 우리의 최선이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허드슨 테일러가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하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만족이 없었고, 평안을 누리지 못하였다. 테일러가 겪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전해 듣고 존 매카시라는 선교사가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포도나무의 가지가 어떻게 열매를 맺는가 하는 것이었다.

가지가 열매를 맺는 것은 가지가 끙끙대며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지가 하는 일은 그냥 붙어 있는 것이다. 나무에 붙어 있기만 하면 나무로부터 수액을 공급받고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삶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예수님께 나아가 그 안에 거할 때만이 열매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존 매카시의 편지가 테일러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테일러는 지금까지 자기 힘으로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하면 주님께 더 가까이 가고, 주님께 순종하고, 주님을 더 닮아갈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할수록 그에게는 절망감만 쌓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나무에 붙어있기만 하면 됐던 것이다.

가지는 원래부터 열매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열매가 맺히는 데 쓰이는 존재이다. 그런데 테일러는 거꾸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 없이 가지 혼자서 열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열매를 만들려고 애썼던 것이다.

우리도 테일러처럼 거꾸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자기 힘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만족과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지는 열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을 뿐이다. 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서 열매를 맺어 가는 것이 가지가 하는 일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신다. 너희가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만 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우리가 아무리 애쓰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지라도 결국은 허드슨 테일러처럼 허탈해 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 평안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도 변해보려고 애썼지만 내 맘대로 안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가? 맞는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노력이나 최선으로 변화할 수 없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체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체는 우리 안에 거하시는 새로운 생명이다. 그 생명이 우리를 통한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가지일 뿐이다. 변화를 만들어 내는 자가 아니라 변화를 맺는 자일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것이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요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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