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담직원 없어 현황파악조차 못해
경찰·민간서 모든 지원 떠맡아

거제지역 북한이탈주민들이 결성한 봉사단체인 '거백통일봉사단' 단원들이 장평동 경로무료급식소에서 중식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거제지역 북한이탈주민들이 결성한 봉사단체인 '거백통일봉사단' 단원들이 장평동 경로무료급식소에서 중식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A씨는 지난해 연말 일자리를 구하러 거제에 왔다. 충청도에서 거주하던 그는 사실혼 관계인 남편과 자녀 5명이 함께 지낸다. 그런데 조선산업 중심지여서 일자리가 많다던 거제의 현실은 이미 옛말이 돼버렸고, 저임금 일자리에서마저 실직을 반복하며 막내가 4살인데 당장 먹을 쌀이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북한이탈주민의 신변보호를 담당하는 거제경찰서는 위기에 처한 A씨 가정을 위해 거제시의 긴급복지지원을 받도록 조치했다. 아이들 학비로 경찰청에서 주는 장학금을 신청했고, 불교사찰에서 쌀을 지원해 끼니를 해결하도록 도왔다. LH공사를 연결해 주거지원을 받도록 도와주고 부족한 전세금은 민간에서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이처럼 고향에서 떠나와 거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의 겨울은 빨리 찾아와 오래 머문다. 북한을 이탈해 남한으로 왔을 때 통일부 하나원에서 기본적인 정착교육을 받지만 지역에 와서 주민등록증을 받고 나면 그때부터는 해당 지자체의 시민 또는 군민이 된다.

거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은 93명 정도다. 그런데 거제시에서는 1년에 한 번 전화로 생사 유무만 확인할 뿐이고 다른 지원은 전무하다. 책정된 예산도  없고 전담 직원도 없다. 거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남녀 비율은 어떠한지, 어느 지역에 어떻게 분포하는지조차 파악해본 적이 없다.

거제시 행정과 관계자는 "주민등록 전산망에 93명으로 돼있어 총원만 짐작할 뿐이다. 한 명씩 자료를 열어봐야 남녀·연령·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시책이 없기에 한번도 열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거제시에서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제정된 거제시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고, 그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를 구성하면 시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남에서는 창원·김해·양산시 등이 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예산을 받고 지역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한다.

김해시 총무과 관계자는 "협의회가 꾸려지면 연간 350만원가량 국비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시비 400만원을 따로 편성해 북한이탈주민을 돕는데 사용한다. 많은 예산이 아니지만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 설·추석 명절행사 보조금으로 사용된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도록 노력해서 북한이탈주민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취업박람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거제시는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가 100명의 구성원을 확보해야 하는 설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는 관계 공무원과 민간 구성원으로 이뤄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거제지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은 팔각회·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자유총연맹·종교단체 등이 자체적으로 사랑의쌀, 상품권 지원행사를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원래 업무는 신변보호인 거제경찰서 보안계가 주축이 돼 취업컨설팅을 하고 범죄예방교실과 안보교육을 한다. 각종 직업인으로 구성된 거제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는 법률 및 의료서비스를 담당한다. 이들은 행정에서 직접 지원의사가 없다면 보조금을 편성해서 간접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통일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장평동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중식봉사를 하고 있다.

통일봉사단의 한 회원은 "거제에 사는 북한이탈주민의 생활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병원 원무과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분도 있고 조선업계에서 실직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다"며 "다른 분들을 도울 여력이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봉사단을 만들었다.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듯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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