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 이편한세상 앞길 수월배수펌프장, 길 아닌데도 차량통행 속출

고현동 이편한세상 입구부터 수월 배수펌프장 방향의 길을 두고 도로개설 욫어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차량통행을 하면 안되는 인공적인 수로여서 거제시 입장이 난처하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3시께 인공수로를 불법 통행하는 차량들.
고현동 이편한세상 입구부터 수월 배수펌프장 방향의 길을 두고 도로개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차량통행을 하면 안되는 인공적인 수로여서 거제시 입장이 난처하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3시께 인공수로를 불법 통행하는 차량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면 길을 내줘야 할 거 아닙니까, 행정이 있는 이유가 뭡니까?"

격앙된 목소리의 정모(51)씨는 수차례의 통화에서 일관성있게 요구했다. 고현동 이편한세상 앞길부터 수월배수펌프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포장해달라는 것이다.

정씨는 "지역에서 가장 막히는 구간이 고현동 7번~8번 교차로이지 않습니까. 이 구간만 길을 내도 차량 정체 3분의 1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라며 나름의 이유도 설명했다.

고현동 이편한세상 입구에서 수월배수펌프장 방향의 길 같은 구간을 두고 인근 주민들의 도로개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은 '농로'도 아닌 '구거'여서 도로로서의 역할 조차도 할 수 없는 구간이라 거제시도 난처하다.

구거는 인공적인 수로 또는 수로가 놓인 부지나 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개울을 뜻한다. 주변 환경 변화로 현재 차량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땅이 다져졌다 할지라도 인근에서 용수나 배수가 필요할 때 언제든 인공적으로 수로를 만들 수 있도록 마련한 부지다.

'구거'인지 모르는 시민들은 '농로'를 임시포장이라도 하는 것은 쉽지 않냐고 제기하고 있지만 현재 이 구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의 약 50%가 사유지다.

시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농업인들의 원활한 농업활동을 위해서 일부 농로를 개설하기도 하지만 예산이 들지 않는 선에서 집행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며 "이 구간은 혹여 포장을 하려해도 사유지가 포함돼 있다. 토지 소유자들에게 양해와 부지매입 또는 임대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또 있다. 거제시가 현재 차량들이 통행하는 곳을 임시포장해서 편의를 제공해도 출입구 부근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출입구를 막아버리면 소용이 없게 된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마다 심각한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8번 교차로를 지나는 것보다 먼지바람을 맞더라도 빠르게 갈 수 있는 이 '구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꽤 많았다.

지난 13일 맑은샘병원 앞 교차로에서 오후 6시30분~7시10분까지 40분 동안 이곳을 이용하는 차량은 5분에 약 2대씩 있었다. 40분 동안 15대의 차량이 이 구간을 이용했는데 이들 중 2대의 차량에게 물어본 결과 인근 아파트에 거주했다.

이 구간을 이용한 임모(39)씨는 "출근 시간에는 이용 안 하지만 퇴근 시간에는 자주 이용한다"며 "8번 교차로에 차량 통행이 너무 많고 아파트 골목골목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양방향 통행도 안 되는 반면 이 구간은 마주 오는 차량만 없다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편한세상 입구 주변에서 정차하는 대형버스 운전자 김모(48)씨는 "구간은 짧지만 양방향으로 통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데 위험해보이기 일쑤"라며 "거제시에서 길을 내줄 것이 아니라 차량통행을 막는 표지판이라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구거' 구간 바로 윗부분에 도시계획도로가 그어져 있다"면서도 "인근에 개발계획이 들어오면 도시계획도로 개설도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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