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칼럼위원서울아동병원 원장
김형진 칼럼위원서울아동병원 원장

감기(급성 비인두염)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병원체에 의한 급성 상기도 감염이며 결석 및 결근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감기는 외부나 타인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돼 체내에 침입한 후 12~72시간이 경과하면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지만 상기도 정상 세균총의 증가나 다른 균으로의 변화, 분비물의 제거 감소, 부비동 개구 및 귀인두관 출구의 폐쇄 등으로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올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에서 감기는 주로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리노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는 봄과 가을에 환자가 급증하는데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찬 기온에 노출되는 것이 감기가 더욱 많이 걸리게 하지는 않는 것 같고 오히려 겨울철에 주로 실내에서 생활함으로써 감기에 이미 걸린 사람과 접촉의 기회가 많아지게 되고 계절마다 다른 습도의 변화가 원인일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사람의 일생 중 5세 미만의 소아시절에 감기에 걸릴 빈도가 가장 높고 성장하면서 감기에 걸릴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주로 코·인두부와 인후부 등 상기도에 국한되게 발생하고 주요 증상은 콧물·코막힘·재채기·인후통·기침 그리고 발열은 유·소아에서 성인에 비해 더 흔하게 나타난다. 인후통·권태감과 발열이 시작된 후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콧물·코막힘과 기침이 발생하고 인후부의 동통, 건조감, 이물감도 느낄 수 있다.

증상이 시작된 후 2~3일까지 최고로 심해진 후 1주일이 지나면 대부분 증상은 사라지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증상이 2주까지 지속되기도 하며 감기로 인해 인후부가 손상되고 특히 건조한 계절에 손상된 인후부가 정상으로 회복이 되지 않으면 기침·가래·후두부의 이물감이 3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비염이 있는 경우 후비루 증후군(목이 간질거리며 기침을 하는 인후 자극 증상·콧물·누우면 심해지는 기침 등의 증상), 부비동염·천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급성인두염·급성후두염·독감(인플루엔자)·급성기관지염·급성부비동염이 있으며 일부는 서로 겹쳐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원인 바이러스에 따라 증상이 다르고,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개인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지지만, 위에서 열거한 제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단순한 감기를 넘어서 기관지염·폐렴·부비동염·중이염 등의 세균감염이 이차적으로 합병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기관지천식이나 만성폐질환 등 기존의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는 즉각적으로 진료를 받아, 급성호흡부전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감기는 오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특효약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가장 불편해 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대증치료를 하며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우선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있는 식사로 전신 상태를 개선하고, 두통이나 관절통·발열이 있는 경우에는 해열진통제를 사용하며 수분 섭취를 권장한다. 코 증상이 심한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고, 기침과 객담이 많은 경우에는 진해거담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까닭에 항생제는 사용해도 소용이 없지만, 세균성 합병증이 동반돼 있을 경우에는 항생제를 사용해야만 호전을 볼 수 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감기도 예방이 중요한데, 흔히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을 빼고는 감기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백신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므로 무엇보다 개인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고,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그리고 감기가 유행할 때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귀가 후에는 손을 반드시 씻고 양치질을 하는 등의 상식적인 예방법만 지켜도 감기의 발생 빈도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또한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커지고 습도가 낮아 기관지 점막을 비롯한 상기도 점막의 기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고, 기존의 호흡기질환자들도 이로 인해 증상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보온과 습도 유지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다 건강한 환절기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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