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선물
향기로운 선물
  • 김계수 칼럼위원
  • 승인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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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수 칼럼위원
김계수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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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법이 없는 계절, 하늘과 산들에는 온통 가을로 가득하다. 푸르고 연약한 울음을 간직한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살거리면 멀리 초등학교 뒷담 너머에 마른 플라타너스 잎 타는 연기가 솟아오를 것 같다. 가을은 나를 향해 다가올 준비가 됐으니 그대 마음 깊이 사랑에 취하고 발길에 그리움을 얹으라고 소리한다. 아직까지는 이 소중한 가을을 선물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마음이 지나는 길가에 핀 들꽃은 오래간다. 그것은 꽃을 보는 사람이 사랑의 온도를 오래 기억하고 간직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을 선물 받은 사람이 쉬이 버리지 못하고 끈을 묶어 벽에 거꾸로 메달아 놓는 것도 꽃이 생각나 선물을 해야겠다는 고마운 마음과 나를 위해 꽃을 고른 그 마음의 향을 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리라.

선물은 그런 것이다.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물건의 귀함과 소탈함에 관계없이 주고받는 사람의 마음의 향이 오래가야 좋은 선물이다. 마음까지 두근거린다면 오죽하랴. 일 만원을 넘지 않는 작은 시집 한 권이 온통 그 사람이다. 시집 속에 나오는 모든 사랑은 그대의 것이며 나의 것이고, 모든 길가에 핀 들꽃이 그대의 선물이 될 것이기에. 그 책이 곁에 있는 동안 서점을 가고, 책을 고르며 나의 취향까지 생각했을 그 사람의 정성이 오래 갈 것이기에. 선물은 이처럼 무슨 대가를 바라면서 주는 선물이 아니라, 들꽃처럼 향기롭고 마음속에 오래 남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이 가벼운 것이어야 좋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선물 고르는 일이 험난해졌다. 아니 남의 눈치까지 챙겨야 될 만큼 험악해졌다. 받을 사람과 나의 관계를 재설정해 봐야하고 금액을 계산해야 하며 전달하는 것까지도 조심스럽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외식업계에서는 매출이 급감하고 농·축산물 소비절벽이 이번 추석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 때문에 농·어민이 힘들어질 정도로 지금까지 부정청탁으로 인한 선물구매가 얼마나 많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법 시행 초기의 어쩔 수 없는 혼란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영세 농·축·수산업계와 음식점 등 서민들의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가액 조정을 하자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투명한 사회를 위해서는 초기의 혼란과 경제적 타격은 감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세력도 만만찮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처음 맞는 추석인지라 혹시 김영란법에 저촉될까봐 선물을 포기하거나 억지로 5만원 이하로 맞추는 모습도 보인다.

법이 만들어지는 취지와 명분은 그렇다 치고 선물을 준비하면서 규정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현실이 서럽기도 하다. 선물을 주고 싶은 대상의 직업을 고려해야 하고, 금액 제한이 있는지 없는지, 예외사유는 있는지, 직무 연관성이 있을까 살피고 따져야 할 수 있는 악물이 돼 버렸다.

직무 연관성이나 공직자·관련단체 임직원 등 상호 연관성 있는 사람 외는 일반인간 선물은 금액 제한 없이 가능한데도 모든 선물이 마치 부정청탁처럼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 부정 방지를 위해 추진한 법이 국민들 사이 소란이 심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며, 일단 시행은 하되 시간을 두고 더 많은 국민의 염원에 맞게 보완돼져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이어주는 순하고 향기로운 간직할만한 선물이 차츰 사라질까 염려된다. 당장은 우리의 이웃인 농어민과 음식점 사장님들이 힘들어한다.

가을이 만연하고 추석이 됐으니 가까운 사람과 지역의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정담도 나누고 서로의 마음에 깊이 취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많은 그리움이 집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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