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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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無所有)'를 흔히 인격과 행복을 찾는 최상의 길이라고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실천하기 힘든 일이다. 권력욕과 명예욕이 있는 정치인들은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어야 하고, 부를 가지고자 하는 사업가나 상인들은 돈을 가지려 하기에 인격의 최상의 길 '무소유'와는 다소 멀리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요즘 삶의 무게에 지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언제부터인가 너무 등한시 하고 살아가고 있다. 부와 권력·명예욕에 취해 인격은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것이다. 젊은 시절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생각은 잊어버렸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큰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하러 사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살아가는 삶의 목적과 바탕이 무엇인지가 확실해야 바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평가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호리유차 천지현격(毫釐有差 天地懸隔)'이라는 말이 있다. 근소한 차이가 끝 지점에 가서는 천리만리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란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찾는 것'이라 말을 한다. 그러나 행복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참된 행복은 참된 인격에게만 주어진다. 삶의 행복은 참된 인격의 보상이라 말할 수 있다. 참된 행복과 인격은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의 삶은 인격을 닦는데 있고 인격은 행복을 낳는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면 인격이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인격의 정의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인격이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따르려는 태도이다. 그러므로 인격은 지식과는 관계가 없다. 높은 인격은 꼭 지식인이어야 갖는 것은 아니다. 인격은 지식이 아니라 덕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인격은 실천하는 행(行)이지 식별하는 이론이 아니다. 많이 아는 것이 인격이 아니라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행이 인격인 것이다. 지식은 인격을 여는 문이고 인격을 닦는 안내자일 뿐이다. 지식이 많지 않고 가난하고 학벌이 없고 권력이 없어도 훌륭한 인격을 가진 자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지식인과 학벌 부자와 권력자들이 인격자가 못 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격은 실천이므로 남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인격은 행이므로 남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결정된다. 나 외에 다른 대상, 이웃·동료·사회·국가·지구촌을 모두 망라할 수 있다. 인격은 남을 얼마만큼 존중하고 희생할 줄 아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남을 위해 얼마만큼 봉사하며 노력했느냐로 인격의 척도가 정해진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임을 아는 능력이 인격이라 말할 수 있다.

인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사람이 갖는 고유한 자격이다. 다만 훌륭한 인격이냐 아니냐는 부단한 후천적 훈련과 수련을 통해 완성돼 나간다. 인격수련은 자기를 비우는 훈련에서부터 출발한다. 나를 비운다는 것은 나를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작업이다. 인생은 어쩌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홀로 던져져 자기로부터의 탈피 과정인지 모른다. 나에게 매여서 내 것에 붙잡혀서는 나를 비울 수 없다. 내 마음을 비워서 남과의 벽을 헐어버려야 한다.

우리는 비우라고하면 내 주관을 버리라고 하는 말이냐고 되묻는다. 내 주관이라고 고집하기 전에 나의 주관과 판단이 착각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를 비우는 훈련은 겸손과 자기에 대한 반성·성찰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에게 엄격하듯이 자기에게도 엄격해야 한다. 자기에게 관대한 것은 자기를 부패시키는 것이다. 내 의견이 늘 옳지는 않다는 겸손에서 배우는 인격. 이것이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인격의 내공이다.

인격의 두 번째 덕목인 '외공' 베푸는 덕목에 대하여는 다음 칼럼에서 계속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겸손의 '내공' 이야기로 마칠까 한다. 대의민주주의 시대에 너도 나도 정치에 도전한다.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인격적으로 덜 된 사람이야'라는 말을 참 자주한다.

한번쯤은 이런 말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하기 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이다. 올 가을 천고인비(天高人肥)의 계절로 바꿔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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