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시민리포터

▲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일이다. 일본군 해군장교 가와가미 기이치는 전쟁이 끝난 후 고국으로 돌아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보며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처참하게 변한 고국의 상황과 피폐해진 거리를 보면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군인만 보면 "저것들 때문에 우리가 패전했다"고 손가락질 하고 노려봤다.

그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매일 분노와 좌절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 고통이 너무 심하여 급기야 그는 심한 병을 얻게 됐다. 얼굴을 제외한 온 몸이 마비돼 마치 식물인간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정신과 의사인 후치다 씨의 진료를 받게 됐다. 후치다 씨는 환자인 가와가미 기이치 장교에게 물었다.

"기이치 선생, 낫고 싶으세요?"
"예. 낫고 싶지요."
"그럼 제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겠어요?"
"예.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럼 저를 따라 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매일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 찼던 기이치는 갑자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려니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루에 1만 번씩 하셔야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당신의 마비된 몸을 치료해 줄 수 있습니다."

기이치씨는 병석에 누운 채로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매일 "감사합니다"를 되뇌어야 했다. 처음에는 병을 고치기 위해 억지로 내뱉다시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분노와 적개심으로 불편했던 상태가 사라지면서 마음 또한 평온하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도 평온이 찾아오고 행동도 점점 부드러워졌다. 그를 대하는 가족들도 기이치 씨의 변화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잔뜩 경직되고 우울했던 집안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이제 예전처럼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루는 막내아들이 감나무에 홍시가 빨갛게 익은 것을 보고는 '저 홍시를 아버지께 따다 드려야겠다' 생각했다. 아들은 잘 익은 홍시를 두 개를 따서 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아버지 홍시 드세요."

그때 아버지 기이치가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마비돼 꼼짝도 못하던 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움직였고, 그 후로 팔도 다리도 풀리고, 몸 구석구석까지 풀리게 됐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에는 기적의 씨앗이 자라난다. 감사하는 마음은 꽃밭이고, 불평하는 마음은 가시밭이라는 말이 있다. 감사는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다는 것이다. 감사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린다. 감사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위력이 있다.

하나님은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늘 감사하며 살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우리는 감사에 너무나도 인색한 것 같다. 감사해야 할 때 감사하지 못하고, 감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버리니까 그 속에 감사가 없다.

자녀가 길러주신 부모님을 향해 "도대체 내게 해 준 것이 무엇이냐"고 큰소리친다. 학생들이 스승을 향해서 감사할 이유가 뭐냐고 말한다. 모든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다 보니 우리는 감사보다는 불평하는 삶을 살기 쉽다.

우리는 지금 어떤 자세로 살고 있는가? 감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불평하는 사람인가? 하나님은 우리가 감사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신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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