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새겨진 무공수훈자 비석에 매직 칠로 무마

▲ 거제시 충혼탑 무공수훈자 전공비에 여양 진(陳)이 잘못 표기돼 있다. 사진은 잘못된 부분에 매직으로 칠해 놓은 모습.

"형님은 진씨(陳氏)입니다. 아무개 성이 아닙니다."

무공수훈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되새기던 강씨는 놀랐다. 친한 형님의 이름이 새겨져 있던 비석에 매직이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비석이 잘못 새겨져있고 그것을 안 보이게 하려고 검은 매직으로 칠해 놨다. 해당 무공수훈자는 이전까지 없는 성씨로 새겨져 있다가 매직 칠로 '진'씨 성을 찾았다.

강씨는 "어떻게 국민의 안위를 지킨 무공수훈자들의 이름을 잘못 새긴 것도 모자라 매직으로 칠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무공수훈자들을 기리기 위한 비에 무공수훈자들의 성함이 잘못 새겨져 있다는 지적에 거제시는 매직 칠로 임시방편을 함으로써 문제가 제기됐다.

거제시는 매직 칠을 지시한 이도 매직 칠을 직접 한 이도 밝히지 못해 충혼탑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함이 잘못 새겨진 무공수훈자 진병호·진봉규 선생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지난 25일은 한국전쟁 67주년 기념일이었다.

전공비가 세워진지 10년이 넘었고 한자로 새겨져 있어 잘못된 글자를 발견하기가 쉽진 않지만 오자에 대한 반성없이 매직 칠로 이어질지는 몰랐다는 것이 강씨의 이야기다.

강씨는 "지난 5월에 오자를 발견하고 장평동에 문제를 제기했고 장평동 직원이 시청 담당부서에 민원을 넣었다고 들어 수정작업을 한 줄 알았다"며 "이렇게 막 매직 칠로 무마해놨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무공수훈자 가족 관계자 역시 매직 칠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족 관계자는 "실수는 안타깝지만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에 새로 새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가족들을 위했더라면 잘못 표기가 됐음을 알리는 표지판을 임시로 설치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어떻게 그 이름에 매직 칠로 덧칠할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거제시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수훈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다"라며 격분했다.

충혼탑을 관리하는 거제시 주민생활과는 비석이 잘못 새겨진 일을 무공수훈자회 경남지부 거제시지회의 탓으로 돌렸다.

주민생활과 관계자는 "충혼탑마다 담당하는 단체가 다르고 무공수훈자 전공비 역시 무공수훈자회에서 담당하고 있어 비석을 새길 당시에 잘못된 듯하다"며 "성씨가 잘못 새겨져 있다는 민원성 전화을 받고 매직 칠을 하면 보이지 않을 거라는 자문에 임시방편으로 칠해놓았을 뿐"이라면서도 "무공수훈자회에서 올해 보훈처에서 예산을 받아 비석이 새로 새겨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원전화는 받았다면서 누가 전공비에 매직을 칠했는지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무공수훈자 전공비는 지난 2003년 6월에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경남지부 거제시지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싸워온 무공수훈자들의 애국 충정의 얼을 새겨 통일 조국의 앞날에 영광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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