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칼럼위원

▲ 이동우 칼럼위원/수필가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딸은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가 학원에 다니는 걸 원치 않았고 나 역시 아이를 학원으로 내 몰기 싫었다. 어렸을 때는 공부보다는 마음껏 뛰어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나름대로의 교육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고 대학 진학이 지상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이상한 교육 제도에 나까지 뛰어들고 싶지 않았다.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때는 가수가 되겠다며 오디션을 보러 가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요리사가 꿈이라며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며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가리라 믿어줬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더니 요리에 관심이 있으니 식품과가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처음엔 반대를 했다. 반드시 대학에 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기회는 남겨줘야 하지 않느냐며 일반고에 진학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딸은 본인은 대학에 가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며 대학에 가지도 않을 것인데 굳이 일반고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내도 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딸은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딸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시험기간이면 새벽까지 공부를 했고, 제빵실습을 한다며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기도 했다.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외부에서 열리는 경진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아 오기도 했다. 딸은 즐겁고 신나게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고 나와 아내는 딸의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학교에서 실습시간에 만든 빵을 딸은 집으로 꼭 가지고 왔다. 딸이 만든 빵은 맛있었다. 딸이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딸이 학교에서 만든 빵은 이틀만 지나면 상해 버렸지만 시장에서 사온 빵은 열흘이 지나도 상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 진로를 고민하던 딸은 산업특례로 대학에 진학하겠노라고 했다. 일주일에 3일은 직장에 출근을 하고 3일은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는 형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취업이 돼서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식당의 주방에서 일을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넘었다. 밤늦게 오는 딸이 안타까워 보였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도 딸은 힘들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가지 생활을 모두 즐기는 듯 보였다. 학교생활도 재미있어 했고 직장에 다니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직장에서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직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갑자기 딸이 대학을 그만두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경영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는 제빵을 하고 싶은데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재미도 없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직장도 그만둔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제빵을 공부하겠노라고 했다. 학원을 다니던지 할 생각이란다. 그러라고 했다.

대학을 그만둘 생각이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딸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오랫동안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임을 알고 있다. 그동안에 많은 일들이 있었으리라. 어떤 일이 계기가 돼 대학을 그만두겠다고 결정했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딸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한다. 딸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건 딸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부모로서 내가 할 일은 딸을 믿음과 사랑으로 지켜봐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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