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독자>

서쪽으로 기우는 해바라기 꽃에 해는 얼굴을 감추고
그토록 꽃들에겐 밝은 빛이었건만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이제는 영영 눈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한 세대는 그렇게 저물어 가고.

물결치는 한반도의 검은 기슭 아래 잠길 듯 떠 있는 섬 거제도.
섬은 섬을 돌아 칠 백리.
마을을 둘러싼 산등성을 넘어 해안에는 파도가 치며
산기슭에는 나무들이 물을 받아 올리고 섰다.

태평양의 파도는 끊임없이 이 바닷가로 물결쳐 오고
영구한 세월을 노래하는 이 파도 소리는
시인의 어머니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을 채운다.

그러나 밤하늘에 별이 깜빡이면
먼 바다에는 바람이 이는 것이고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오는 것이다.

섬 사람들은 언제나 이 하늘과 바다를 경외(京外)하며 살아왔다.
그 옛날 난파선의 선장도 이곳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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