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3- 지심도, 관광자원화 어떻게 할 것인가]군사기지서 관광1번지로, 싱가포르 센토사섬①

▲ 센토사 섬에 위치한 실로소 요새 광장

본지 '길에서 만난 사람들' 코너에서 80%의 시민들은 답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살아 있는 지심도는 최대한 자연을 보존해 자연공원으로 남아야 한다고.

거제시에서 지난해 3월4일~19일에 진행한 '지심도 관광편의 증진을 위한 온라인 정책 토론' 결과도 기반시설을 정비하되 개발은 최소화 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이 접수됐다.

개발은 최소화하고 자연은 최대한 보존하면, 지심도는 거제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싱가포르 센토사(Sentosa)섬 기획취재는 그 의문에서 시작했다. 싱가포르 센토사 섬은 싱가포르의 유명한 휴양지다. 그리고 이 센토사 섬이 약 50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군사기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방문하는 관광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 90% 이상이 찾는 센토사 섬은 이미 '평화와 고요함'을 뜻하는 섬 이름의 의미와는 멀어졌다. 영국의 군사기지에서 벗어났던 한때와 어울릴 뿐 지금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종일 시끄러운 센토사 섬이다.

▲ 실로소 요새를 내려다보기 위해 설치한 실로소 스카이워크

싱가포르의 기억 '실로소' 하지만…

센토사 섬의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실로소 요새(Fort Siloso)는 싱가포르 역사와 함께 한다. 영국군이 싱가포르항에 출입하는 배들을 감시하기 위해 1880년대에 세웠다고 추정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일본군에 항복한 장소이자 일본군이 영국군의 포로수용소로 쓰기도 했다.

요새 역할을 한 만큼 잘 눈에 띄지 않은 이곳을 싱가포르 정부는 요새 일부를 위에서 바라볼 수 있게 전망대를 만들었다. 전망대 곳곳에는 위치마다 1870년대 군사요새로 쓰였던 당시 사진과 발견됐을 때의 모습을 담아 현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실로소 요새를 기억하기 위해 일부를 남겼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센토사섬 관광객 중 1%가 채 되지 않는다. 관광객 수요가 감소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2년 전부터 유료 입장에서 무료 입장으로 변경했지만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은호 싱가포르 현지 가이드는 "싱가포르에 대한 한국인들 포함 외국인들의 선입견이 있다. 잘 사는 나라, 깨끗한 나라. 하지만 잘 살고 깨끗한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인데 잠시 들렸다 가는 관광객들은 싱가포르의 아픔을 알려 하지 않는다"며 "실로소를 기억하고 오는 이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나 그 후손들로 싱가포르 정부에서 그들을 위한 기념행사 때만 자국민들도 잠시 관심 가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이나 자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듯 실로소에 대한 관리도 다른 시설에 비해 부족했다. 힘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만 실로소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릴뿐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설물들은 높게 자란 나무에 가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시설과 어울리지 않게 실로소가 공존하는 이유는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 싱가로프 중심가에 설치된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추모비

싱가포르 관광청 직원인 라덴 빈 하산(Raden Bin Hasan·이하 Raden)씨는 "싱가포르는 영국군에게 지배당했고 말레이시아로부터 버림 받아(강제독립) 지금 동남아의 중심 국가로 성장했다"며 "동남아의 중심 국가로 성장하기까지 후손들에게 선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알아야 하고, 우리의 성장이 결코 쉬운 성장이 아니었다는 걸 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번화가인 도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독립기념비나 전쟁참전용사추모비 등을 중심으로 넓은 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과 관광객이 관심 갖도록 유도했다. 각 추모·기념비마다 건축물이 특색이 있는 것 또한 지루하고 어두운 추모공원이 아닌 모두가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함이다.

라덴씨는 "'어? 저 탑 뭐지?'라는 의구심이 싱가포르의 역사로 다가서게 하는 것 또한 관광청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실로소를 둘러싼 리조트·휴양·레포츠 시설

▲ 실로소 요새 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습을 재현한 관리동

센토사 섬에서 '평화와 고요함'을 센토사의 의미와 어울리는 곳은 실로소가 유일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로소의 존립 이유가 센토사 섬에 온갖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 땅을 파내고 개발정책에 힘쓰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의 마지노선인 듯하다.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실로소를 한 바퀴 돌면 센토사 섬에서 유일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실로소 비치가 있다. 실로소 비치에서 투어버스나 모노레일을 타고 중심부로 오면 아시아에서 단 2개뿐인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동양 최대의 해양수족관, 아시아 사람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아시안 빌리지 등이 있다. 게다가 5개의 리조트 회사가 들어서면서 곳곳에서 여름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 센토사 섬에서 가장 인기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하지만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과 따로 노는 거대 시설물이 난립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체계적인 싱가포르 정부 정책 덕분이다.

싱가포르 관광청 라덴씨는 "센토사섬 모든 부지가 싱가포르 정부 소속이기 때문에 사업유치의향서가 들어왔을 때 싱가포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싱가포르 정부는 각 부지마다 어떤 사업이 들어가야 효율적인지 회의하고 지속적이고 탄력적으로 변경 및 지속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개발정책만큼이나 신경 쓰는 것은 자연과의 어울림"이라며 "싱가포르를 찾는 사람들이 유니버셜 스튜디오만, 해양수족관만 보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의 열대림 속에 있는 그 시설을 보고 즐기는 거라고 판단하고 사업자들에게 자연 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행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센토사 섬 실로소 요새 안에서 관광청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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