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

▲ 김동성 본지 대표

모내기가 한창인 6월,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호국(護國)보훈(報勳), 나라를 지킨 공을 세운 사람의 공훈에 보답하는 것으로 적어도 그만큼의 예의는 지키자는 것이리라. 애국선열·호국영령·국군장병 그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6.25 전쟁에 6.29 연평해전까지 진정 아픈 달이다. 6월엔 24절기 중 하나인 망종(芒種)이 있다. 음력 6월6일, 선조들은 이날 국가를 지킨 영웅들에게 예를 다해 제를 지내는 행사나 제사를 지냈다. 국가·영웅·희생·병사….

1950년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국군장병의 명목을 비는 현충일의 지정도 이 망종(芒種)에서 왔다. 제1회 현충일이 1956년 6월6일이다. 1956년 현충기념일에서 1975년 1월 현충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공휴일로 지정됐고 1982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됐다. 속칭 '노는 날'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깃 면의 세로 너비만큼 내려서 조기를 게양하고 오전 10시 사이렌이 울리면 경건한 마음으로 1분 동안 묵념에 동참하는 의식을 갖는다.

선조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고 이 땅에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마땅히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교과서에서만 나오는 소리가 됐다. 반가운 휴일, 노는 날, 학교 안 가는 날로 인식된 지가 오래, 현충일인지 제헌절인지 의미도 이름도 관심 밖이다.

한 매체에선 '6월 현충일 연휴, 최장 4일까지 즐겨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시민단체·애국단체에서 태극기 달기를 호소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지만 애국심이 생기질 않는데 동참을 누가 한단 말인가.

얼마 전 어떤 인터넷사이트에서 '애국심을 갖는 것은 자유이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애국심을 갖는 것은 정말 멍청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기가 차다는 생각과 나라가 왜 이 모양이냐는 걱정에 읽어 내려간 그 글의 질문은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6.25 전쟁 때 참가한 할아버지들에게 국가에서는 마땅한 보답을 해주고 있나?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과 집안의 전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쏟아 부은 후손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국가의 비리를 용기내어 고발한 분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군에서 군 병사들에게 여당 찍으라고 강요했던 사건을 폭로한 간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일반 병사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며 군에서 다친 병사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치료를 하고 있는지. 왜 해외의 유능한 한국인 박사들은 한국에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지? 교과서에 실린 애국심의 대표적인 예는 금모으기 운동인데 금모으기는 진정 한국경제 살리기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기업들 탈세와 횡령에 쓰였는지…. 정말 한국은 애국심을 가져도 좋은 나라입니까?'

비아냥거림일 수도 불만의 표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이 말은 하고 싶다. 진정 당신이 말하는 현실이 그러하다면 더욱 더 우리에게 애국심이 필요하다고. 오늘 우리만 살다가 없어질 대한민국이 아니며 내 아이,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조국의 미래를 물려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 어제의 역사는 반성해야 할 것이 많다. 그렇다고 내일이 있는 우리가 비관만 하고 애국심을 갖는 것이 멍청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는 우리 선조들이 흘린 피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분명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과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너무도 바쁘게 살고 있는 이 땅의 국민들은 현충일 황금연휴를 즐겨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장병들의 얼을 잊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한 번쯤은 한국혼이라는 것을 생각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혼이 있다. 얼이 있고 정신이 있다. 한국 사람이면 마땅히 한국혼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 산다고 한국인이 아니며 한국인의 혼을 가진 사람이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혼은 우리의 숨결 속에 있고 핏줄기 속에 있고 맥박 속에 있다. 우리의 얼굴 속에 있고 말 속에 있다. 원효의 사상 속에 있고 이 충무공의 인격 속에 있고 사육신의 기개 속에 있고 이준 열사의 순국정신 속에 있고 도산의 의기 속에 있다. 4.19정신 속에 있으며 순국선열의 고귀한 피 속에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에 대한 잠시의 묵념이 호국보훈의 첫 번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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