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인천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하교하는 여고생에게 마흔 넘은 남자가 다가가 "지금 신고있는 스타킹을 벗어주면 5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여고생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학교 주변의 CCTV영상을 분석해 범인을 검거하고 보니, 학교 인근에서 호프집을 경영하는 사람이었다. 성희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해 1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30대 남성이 14세 여학생에게 "1만원을 줄테니 신고 있는 양말을 팔라"며 양말을 산 뒤 냄새를 맡다가 경찰에 붙잡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일이 있다.

중국 동방항공의 한 여승무원이 자신의 SNS에 지금 입고 있는 속옷과 스타킹을 직접 벗어 팔겠다며 사진을 게재해 논란이 된 일도 있다. 자기가 착용했던 속옷이나 스타킹을 파는 일명 '브루세라'는 일본문화의 잔재다. 여성 중고 속옷가게를 일본에서는 '부르세라(ブルセラ)숍'이라고 부르는데, 여학생의 체육복 반바지인 '브루머(Bloomer)'와 교복의 상징인 '세일러복(sailer服)'의 합성어다. 그러나 정작 주요 상품은 여고생이 입던 팬티나 스타킹이고 주된 고객은 남성이다.

1995년 일본의 모잡지에서는 17세의 곤도 다카코(近藤貴子)라는 여고생이 94년 여름부터 1년 동안 무려 450장의 팬티를 팔아 1년간 수입이 200만엔이었다고 소개했다. 팬티는 지저분할수록 교복은 명문학교일수록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는 부르세라숍을 불법업소로 규정하고 단속하면서 뜸해졌지만, 오히려 중국이나 한국에서 심심찮게 가십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신체의 어떤 특정부위나 물건 따위에서 성적흥분이나 만족을 느끼는 현상을 페티시즘(fetishism)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페티시즘적인 성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자의 속옷·스타킹·하이힐 등 살아 있는 것이 아닌 무생물적 물질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집착할 때는 성적 숭배대상이 돼 정상적이고 건강한 행위가 되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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