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 아오키 가즈오 作
거제신문 제15회 독서감상문 공모전 중등부 장려 작품

해바라기를 와락 안은 슬픈 눈의 소녀는 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그 손짓을 따라간 나는 '아스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됐다.

아스카는 엄마와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아 목소리를 잃게 됐다. 그래서 아스카는 요양치료차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 지낸다. 외갓집에서 사랑을 받으며 지내던 어느 날, 아스카는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사랑과 자연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아스카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갇혀있던 목소리도 되찾아 줬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되찾은 아스카는 학교로 돌아와 따돌림을 당하는 쥰코를 도와준다. 자신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먼저 마음을 열고 쥰코에게 다가가며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순간 '나는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에서 용기있게 나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스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힘이 돼준다. 그 뒤로도 오빠의 삶을 변화시켜 주고, 특수학교에서 사귄 친구 메구미를 행복하게 해준다. 어쩌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받은 사랑과 배움을 사람들에게 전해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스카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힘든 일들은 한 번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고 메구미도 짧은 생으로 마감하고 만다. 아스카는 다시 마음이 아파오지만 꿋꿋하게 일어서서 말한다.

"아스카, 태어나길 잘 했어. 생일 축하해."

이 이야기는 짜릿한 영화만큼 재미있었고 인기 드라마만큼 나를 몰입시켰다. 매번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더해서, 할아버지와 아스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들은 때때로 가슴을 뭉클하게 해줬다.

처음에는 일본 특유의 자세하고 감성적인 묘사가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런 묘사 덕분에 책장마다 뭉클한 감동이 잘 스며들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카에게는 배울 점이 많았다.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랐다. 나도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생각이 깊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지만 아스카만큼은 아니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특히 자신을 미워했던 엄마를 용서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메구미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던 아스카의 따뜻한 눈빛도 잊을 수가 없다. 나도 이런 맑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아스카의 할아버지는 아스카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에도 깊은 의미가 있다."

이 말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글을 쓸 때 몇 십번을 고치고 다시 적어 보는데, 이 때문에 오랜시간이 걸린다. 남들은 이해를 못하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지만 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를 둔다.

'내가 틀린걸까?'하며 자신을 잃어갈 때쯤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니 괜찮다는 격려를 받는 기분이었고 마음도 편해졌다. 이밖에도 할아버지의 말씀들은 내가 살아가는데 위안과 힘을 줄 것같다.

이 대화는 우리 아빠에게 힘을 줬으면 좋겠다. "나의 일은 아이들의 생명력을 믿고 도와주는 거란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잃을 때가 많지." "제 할아버지는 저를 믿고 이해해 주셨어요. 그래서 목소리 없이도 제 마음을 읽어 주셨지요. 선생님은 믿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됐어요."

사나다 선생님과 아스카가 나눈 대화다. 읽자마자 아빠가 떠올랐다. 특수학교 교사인 아빠는 가끔 아이들을 다루고 이해하는 게 힘들고 자신이 없어진다고 하셨다. 이 말을 꼭 전해드려야겠다.

내가 더 알고싶은 사람은 아스카의 담임인 구로사와 선생이다. 선생은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왔을 때 눈물을 흘리며 걱정이 담긴 화를 냈다. 이를 보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교무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아이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리고 쥰코를 따돌리는 아이들을 말리는 척 하지만 웃고 있었던 사람도 이 선생이었다. 이 선생은 어떤 사람일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아스카의 생일날, 행복한 모두의 모습에 나는 가슴이 찌르르해지고 앞이 뿌옇게 될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어둡게 시작했던 아스카의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서 참 기쁘다. 작가의 말에서 아오키 가즈오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소중한 당신에게… 마음으로부터 사랑을 담아 해피 버스데이!"

나는 이 말을 보고 또 봤다. 바로 내일이 내 생일이라는 사실이 퍼뜩 떠오름과 동시에, 내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해피 버스데이'라는 좋은 책을 읽게 돼서 행복하다. 나에게 이 책은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끝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 또는 생일을 맞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최정원(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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