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거제 사람들은 거제도(巨濟島)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3번 구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거제 한산도전투(한산대첩)가 첫 번째이고, 한국전쟁(6.25사변)의 포로수용이 두 번째며, 세계 조선산업의 1등으로 만들어 전국 각지의 장년실업자들의 일자리를 해결했음이 세 번째라는 것이다.

이런 조선산업이 나라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4월 위기설이 나돌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은 정부의 2조9000억원 구제자금을 수혈 받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추가 신규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대우조선도 2017년 중 모든 임직원의 임금반납, 무급휴직 등으로 총 인건비 25% 추가 감축에, 2018년 상반기까지 1만명 수준의 직영인력을 9000명 이하로 추가 축소해야 한다.

거제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충격이다. 나라를 구제한 거제가 아니라 나라가 구제해야 할 거제가 돼버렸다. 대우조선은 분식회계 및 횡령·배임·감자에 임원들의 연이은 수사와 구속 등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고 현재 증권거래소에서는 주식거래도 중지됐다.

4월에 4000억원, 7월에 3000억원, 11월에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도 대우조선은 상환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파산일 수밖에 없는데, 파산이 불러올 파장이 크다고 판단한 정부가 추가 구제 금융지원이라는 이름으로 3조에 가까운 돈을 또 빌려주는 것이다.

조선산업은 국가적인 산업이다보니 기업의 운명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거제 정치인들은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을 외치며 '대우가 침몰하면 거제도 침몰한다'고 좌고우면(左顧右眄)도 없이 당장 해법을 찾아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거제시민도 이들과 함께 조선업의 전망과 대우조선을 염려하며 무조건 살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린 염려의 뒤를 따르는 '부정'의 목소리에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대우조선 공적자금투입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은 불가(不可)라고 그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대우에서는 지금의 자금난이 자금 유동성의 문제로 일시적인 것일뿐 장기적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추상적인 주장일 뿐 구체적 회생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IMF 외환위기 때도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았으며 2014년과 2015년에도 4조2000억원이라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금을 받아 국고를 축낸 기업이라 지적한다.

더불어 5조원대의 분식회계 논란, 수조원의 적자 속에서도 1000억원대의 배임, 몇 백억을 횡령해도 눈치조차 채지 못한 대표와 경영진이 운영해온 기업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부 돈, 나랏돈으로 잘 해먹고 살아온 기업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말한다. 3만명 근로자의 일자리, 1300여개 협력사의 연쇄도산, 거제를 포함한 남해안 전역의 경기침체, 그리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국제경제적 여파에 대한 고려가 공적자금의 투여를 결정한 이유라고.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결정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조선이 우리지역에서 꼭 필요한 기업이며 지역민이 지켜내야 할 기업이라면 우리도 변해야 한다. 왜 이 결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의 회생방안도 단지 거제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국가적인 입장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투입된 공적자금엔 내가 낸 세금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껏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감시를 소홀히 한 정부도, 기업 체질개선 하라고 했더니 횡령과 배임을 일삼은 경영진도, 노동귀족 소리 듣는 노조간부'님'들,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한다.

거제시민 우리가 이제는 감시자와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국민은 울고, 대우조선회사채에 투자한 증권사들은 웃는 이 상황에서 30년 만기 금리 3%의 영구채 발행까지 파는 대우조선이 빚잔치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회생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거제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꼭 살려야 한다는 것에는 적극 찬성한다. 나라를 구한 거제도인(巨濟島人)의 자긍심에서 대우조선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자니 너무나 안타까워서다. 이 지경에 처한 우리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고 나서, 귀하고 귀한 국민의 세금을 구제자금으로 받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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