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기미년 독립만세 기념일인 '3.1절' 국경일이 생겨나고 최다 인원이 모인 2017년의 3.1절. 촛불과 태극기 집회가 광화문광장 일대와 전국 방방곳곳에서 맞붙었다.

'박근혜 구속' 만세와 '애국민' 만세를 외쳐대며 참여자들은 저마다 이 땅의 진정한 애국자임을 자처한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및 세력들의 비폭력과 애국·애족의 구호는 지난 기미년 만세운동 모습과 많이 닮아 있지만 국민들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에 아파한다.

태극기와 촛불집회를 안타까워 하는 국민들의 마음으로 애국자이기를 자처하는 참가자들에게 기미년 3.1일 만세 운동의 점화자인 애꾸눈 예관 신규식 선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한국에 산다고 다 한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의 혼(魂)을 가져야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여했다고 다 애국자가 아니다. 그의 마음속에 우리의 혼이 들어있어야 더 가치있는 애국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기념비 하나 없고 업적에 비해 초라할 만큼 후세에 알려진 것 없는 독립투사 신규식 선생은 중국 내에서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상해 임시정부 초기에 국무총리 대리를 역임했고 광복 후인 1962년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이다.

선생의 호(號)는 예관이다. 흘겨본다는 뜻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분에 못 이겨 왜군과 싸우고자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음독자살을 시도 했다가 실패하고 오른쪽 눈만 실명했다.

선생은 43살의 짧은 생애동안 애꾸눈으로 조국의 원수 일본을 흘겨봤고, 매국노들을 흘겨봤으며, 세상의 모든 악과 불의를 흘겨보며 살았다. 하여 선생의 호가 더욱 의미가 깊다. 필자의 애꾸눈이라는 표현이 선생께 누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염려했지만, 흘겨 본 애국투사의 진목면이기에 이해를 바란다.

예관 선생은 기미년(1919년) 3.1만세운동 후 상하이에서 독립임시사무실을 개설해 정부수립을 추진했고 중국 광동정부로부터 임시정부가 국가 승인을 얻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임시정부 수립 후 고질적인 파벌의식과 지방색, 출세욕 등이 뒤엉켜 1921년 4월 임시정부는 혼란에 빠졌고 파별과 내분이 그치지 않자 선생은 국내·외 한국인들의 단합되지 못함을 개탄하고 자책하며 식음을 전폐해 43살의 젊은 나이에 절명했다.

회귀(回歸)현상이라고 봐야하나. 임시정부의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에 대한 불신임안이 통과됐던 당시와 현 박근혜 정권의 탄핵이 참 많이도 닮아 있다. 요즘 국가가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돼 있고 '박근혜 구속만세'와 '탄핵 반대' '애국민 만세' 소리가 뒤엉켜 온나라가 분열돼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망국의 정치로 인해 한국인의 민족혼이 행방불명 됐다고들 한다.

예관 신규식 선생은 임종 직전 유언을 남기는 순간에도 '정부'라는 단어만을 뱉었다고 한다. 예관 신규식 선생의 '한국혼'의 한 구절이다.

'국치(國恥)을 잊었다 함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의 불구대천의 원수는 일본이 아닌가. 동포들이여 몸이 썩지 않고 기가 끊어지지 않았고 피가 썩지 않았고 마음이 죽지 않았다면, 임진년 4월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을미년 8월20일을 잊었단 말인가. 갑진년 3월12일을 잊었단 말인가. 을사년 11월7일을 잊었단 말인가. 병오년 11월17일과 24일과 30일을 잊었단 말인가. 경술년 8월29일을 잊었단 말인가. 이는 모두 3000만 민족이 일본에 학대받은 날이다. 우리는 그 치욕을 알고 있는가 모르는가. 치욕을 알면 피 흘려 목숨을 바칠 수 있고 설욕을 알면 피로써 씻어야 한다. 치욕을 잊은 자는 피가 식은 것이 아니라 피가 없는 것이다. 치욕을 아는 자의 피를 보기 어렵거늘 어찌 치욕을 씻을 피가 있기를 바라랴. 오! 온 동포여 피가 있는가 없는가. '

그의 글은 뜨거운 피로 쓴 글이다. 그의 글은 읽는 이의 머리에 호소하지 않고 가슴에 호소한다. 국론 분열을 개탄하며 25일간 불식·불언·불약을 고집하며 단식으로 절명하신 예관 신규식 선생의 '한국 혼'을 잊지 말자.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과 태극기를 들었던 가짜 애국자 분들과 이를 방관하고 있는 우리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인을 애꾸눈 예관 신규식 선생이 흘겨보고 있지는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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