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는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이야기다. 유방은 시골 촌구석에서 건달 짓이나 하던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면, 항우는 좋은 가문에 시와 예술을 즐기며 산을 뽑을 만큼(역발산·力拔山) 힘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C 202년 한(漢)제국의 초대황제는 유방이 된다.

천하를 얻고 난 후 유방은 이렇게 설명한다. "전술을 구사하는 데는 장량만 못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데는 소하만 못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는 한신만 못하지만, 나에겐 이 세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항우는 범중이라는 걸출한 신하를 두고도 활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나에게 진 이유이며, 내가 천하를 얻은 이유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유방이 한신에게 "나도 백만대군을 거느릴 수 있어" 하자 한신이 "천만에요. 저는 가능하지만 폐하는 만 명의 병사도 거느리기 어렵습니다." 그러자 유방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면서 노기를 띠자 한신이 "그런데 뭐가 걱정입니까? 폐하는 다만 저 같은 장수 한 명만 다스리면 백만대군을 저절로 거느리는 것 아닙니까?"

삼국시대 위(魏)나라 유소가 '인물지'에서 인재 등용의 제1원칙은 적재적소라고 하면서 "소 잡는 칼로 닭을 죽일 수는 있지만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으려 한다면 소를 죽일 수 없을뿐 아니라 그 칼로 사람이 다친다" 했고,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는 그의 책 잡설(雜說)에서 "천리마는 늘 있지만 명마를 알아보는 백락과 같은 안목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말처럼 인재를 알아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지적한 것이다.

지금 나라는 대통령 탄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박 대통령이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청문회나 특검의 수사상황을 보면서 인재 중의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 참모진의 상황 대처 능력이 실망스럽다 못해 한심스러울 뿐이다. 청와대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청와대를 걱정해야 하는 이상한 구도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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