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휘 칼럼위원

▲ 김동휘 대우병원 내과 과장

진료실에 있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얼마 전 번역을 하는 친구를 만나니 너도 좋은 의사가 되려면 좋은 번역가가 되라 한다.

자기는 이해하는데 누구나 읽어서 알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한다. 검진 결과지를 읽어보면 단순한 숫자의 나열에 생소한 진단명이 적혀 있다.

의사란 혈액을 뽑고 영상을 찍고 환자의 몸이 숫자와 그림자로 말해주는 것을 번역해주는 번역가와 비슷하지 않을까? 이걸 다시 풀어내 쉬운 말로 설명해주고 아직 낯선 경상도 사투리로, 아이같은 말로, 환자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상피화생이라는 생소한 이름에 대해 언급해 보려고 하는 것인데 일단 해석 자체가 어렵다. 우리말로 쉽게 풀어보면 위의 점막이 소장의 점막처럼 회백색으로 변화돼 있는 것을 말한다. 이 환자의 2.5% 정도에서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관 세포들은 재생력이 아주 좋아서 웬만한 상처도 3일이면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염증과 회복 과정을 반복하며 만성위염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회복 속도보다 손상 속도가 빠른 경우 위 점막세포가 불완전 재생을 하게 되는데 장 점막과 유사한 세포를 가진 회백색 상피가 위 점막세포를 대신하고 이를 장상피화생이라 부른다.

장상피화생은 증상은 특이한 것이 없고 위산 분비 감소로 속이 편해지는 경우도 있어 증상으로 진단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보면 위의 점막이 우윳빛의 조약돌이 깔린 모양으로 변해 있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내시경 검사 시간이 남들보다 좀더 소요됐다면 병변에서 조기 위암이나 선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 자세하게 지켜본 결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검사 결과지를 읽어보면 마치 위암에 걸릴 것처럼 설명돼 있기 때문에 공포감에 질려 오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고칠 것인가? 예후는 어떠한가? 무엇을 먹어야 위에 제일 좋은가? 등의 질문을 하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짜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간단히 답해드리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으나, 흡연·음주·자극적인 음식 및 짠 음식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매운 것보다는 염분이 주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우리나라보다 더 매운 것을 즐기는 나라에서 위암은 전체 암 발생률에 비해 낮다. 오히려 한국·일본 같은 소금 섭취가 많고 절임음식을 즐기는 나라에서는 위암 발생률이 줄지 않는다.

과거에는 음식 저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남쪽으로 갈수록 소금을 많이 넣어서 음식의 부패를 막았다. 그래서 소금은 귀중한 물건이었으나 이제는 조금은 덜 넣어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권장 소금 섭취량을 섭취하려면 돼지 국밥집에서 밑간을 거의 하지 않고 먹으면 어느 정도 알맞다.

위에 좋은 음식으로 양배추를 곁들여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양배추에는 비타민U로 알려진 메틸메티오닌성분이 위염이나 위궤양에 효과적이어서 이를 추출해 일본에서 위염소화제로 오래전부터 상용화 시켰다.

마지막으로 젊은 분들의 장상피화생과 나이드신 분들의 장상피화생은 다르다. 같은 상태라도 60세 이하의 장상피화생은 1년마다 내시경을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건강한 위장을 위해 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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