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된 정치 드라마에서 장군의 아들로 유명한 김두한과 민족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의 대화 내용이 나온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되기 2년 전쯤 장택상·조병옥·전진환 등과 교류하던 젊은 김두한은 백범 김구선생을 찾아가 "정치(政治)라는 것이 체질을 따로 타고 나야 합니까?" 하고 묻자 백범 선생은 "정사(政事)의 정(政)자는 바를 정(正)에서 왔으니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 정치(政治)이다"고 말한다.

김두한이 다시 묻기를 "정치는 현실(現實)이지 이상(理想)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어떤 뜻인지요?"라고 하자 백범 선생은 "정략(政略)을 정치로 알고 행(行)하는 자들이 바르게 다스리는 것은 이상일 뿐"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 선생은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 어렵다고는 하나, 민중(民衆)을 속이는 것을 정치로 알고 있는 자들이 있다. 이들을 우리는 정치가(政治家)라 하지 아니하고 정상배(政商輩)라 한다"고 정의를 내렸다.

드라마속 두 사람의 대화의 장면을 통해 이승만 정권에 대한 충고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백범 선생의 정치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백범 선생이 말하는 정치가가 아닌 정상배는 어떤 사람들일까. 사전적 의미를 살펴본다면 정치가와 결탁(結託)하거나 정권(政權)을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 대한민국 국민에게 허탈을 뛰어넘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가치관의 혼돈 속으로 몰아넣은 최순실이란 여인, 그리고 최순실게이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정상배가 아닐까 한다.

박 대통령과 친박세력의 위세로 자기 자신의 이익(利益)를 위해 기업에 기부금을 요구하고 기업은 또 그들의 득실을 위해 정권을 이용해 정치와 장사치들의 이익이 결합한 정경유착의 결정판에 등장하는 인물들, 자신의 잘못은 숨기고 최순실의 비리를 영웅처럼 폭로한 자들,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수호지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 정권의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정상배라 불러야 될 것 같다.

하루 종일 쏟아져 나오는 정상배들의 대하드리마 시리즈 시청에 국민들도 전문가가 됐다. 굳이 정상배들의 인물평은 입 아플 것 같다. 이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보자.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그 근본 자체가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보니 요즘 우리 사회는 정상배를 능력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온통 나라가 정상배들로 들끓는다.

백범 김구 선생이 김두한을 통해 이승만 정권에 경고했던 정상배, 결국 이승만 대통령도 이기붕의 처 박마리아와 주변의 정상배들을 구분 못해 불행한 정치인으로 하야를 선택했고 박대통령 또한 최순실과 그 주변의 정상배를 묵인한 결과 이승만 대통령과 끄트머리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박 대통령이 이 정상배들을 경계하고 구분하는 눈을 가졌더라면 오늘날 탄핵이라는 수치와 모욕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건국 초 이승만 대통령 지지자들이 백범선생에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라고들 말했다.

그러나 70년이 흐른 지금 역사는 누구를 더 바른 정치가로 기억하고 있는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결국 정치가는 정상배를 구분해야 훌륭한 정치가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자체들이 정상배들의 농간에 곤욕을 치루고 있지만 거제시도 이들로 인한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민선 3기 거제시 시장들은 능력 있고 , 인정 많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정상배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거제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으며, 자신들의 불명예를 가져왔다.

거제는 산업도시다. 지금도 개발사업들이 한창이다. 사업가와 정치인들이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 필요한 만남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우리를 대표하는 그들이 정상배를 구분하는 식견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상배의 폭로로 거제정치인이 검찰로부터 진실검증을 받고 있으며 현 시장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다.

도지사를 준비하기 위해선 최측근의 이권개입설부터 정리해야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부터 정치음해라는 주장까지 분명 정상배를 구분하는 식견이 필요한 때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연에 얽메이는 것은 아니지만 거제가 출생지인 후보가 대통령에 출마하고 도지사에 도전한다면 거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응원할 일이다. 다만 거제 출신 정치엔 정치인은 있으되 정상배는 없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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