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을 위하여 - 실비아 태케마 作
거제신문 제15회 독서감상문 공모전, 초등 고학년부 최우수 작품

▲ 김자영(오량초 4년)

안녕? 제이크. 난 달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야. 너처럼 양팔을 크게 내젓고 두 발을 힘차게 내딛는 달리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늘 숨차게 달려온 건 너와 같아.

사실 네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얼마전 일이다. 도서관에서 요리책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목소리 큰 참견쟁이 내 친구가 나에게 네 이야기가 담긴 책을 줬지.

친구는 이야기가 이상한데 계속 읽게 된다며 읽어보라고 했지만, 글쎄…. 사실 난 글이 많은 책과는 친하지 않거든. 그런데 표지 속 네가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너의 바로 앞에서 결승점을 통과한 아이를 보며 네가 미소짓고 있었거든. 난 이해가 안 됐어. 1등인 친구는 네 표정이 안 보이잖아. 나라면 숨차고 힘들어 찡그리거나 1등을 놓쳐서 아쉬운 표정이었을 거야.

그래서 책을 피고 도서관 소파에 앉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꼬박 다 읽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네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아서였나봐.

네가 아무리 먹을 것을 가려 먹고 연습을 해도 스펜서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처럼 나도 그런 경험이 있거든. 우리 언니 말이야. 나보다 예쁘고 공부도 잘해. 친구도 많고 심지어 운동도 잘하는데 그런 언니를 보면 내가 못난이 같아 보일 때가 있어. 그렇다고 내가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운동도 못하는 건 절대 아니야.

하지만 언니는 나보다 항상 한 발 앞에 있어. 언니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당연히 나보다 앞서 있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데도 난 늘 네가 스펜서에게 1초, 딱 1초 차이로 졌을 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서러웠어.

그런데 네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니 서러운 기분보다 내 곁에서 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떠올랐어. 1등보다 최선을 다하라던 코치 선생님, 2등도 잘한거라던 사이먼, 네가 신경쓸까봐 경기를 몰래 보고 간 아빠처럼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어.

그리고 그 사람들 속에 우리 언니도 있어. 우리 언니는 늘 바쁘지만 내 말을 한 번도 흘려들은 적이 없거든.

또 달리기의 이유도 생각해 보게 됐어. 달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기는 것이 목표가 돼버린 너처럼 난 달리는 이유를 잊었던 거야. 난 언니와 달리 나만의 개성이 있고, 나만의 장기인 태권도도 있어. 거제에서 대표로 시범을 보이기도 했는데 넌 멀리 사니까 원한다면 메일로 사진을 보내줄게.

제이크, 나에게 달리기의 의미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지금도 가끔 언니를 질투할 때도 있지만 이젠 더이상 언니가 밉지만은 않아.

나도 노력하면 너처럼 달리기를 즐기게 될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나도 벤 베이커리의 도넛을 맛볼 수 있게 해줘.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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