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말(馬)
  • 거제신문
  • 승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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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말은 화석이 많이 남아 있어 진화과정이 비교적 잘 알려진 동물이다. 약 5800만 년 전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키가 30센티미터가 채 되지 않는 에오히푸스라는 아주 작은 사이즈의 여우만한 동물이 말의 첫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동물은 지금의 말처럼 통굽으로 되어 있지 않고 앞다리는 4개, 뒷다리는 3개의 발가락으로 분화되어 있었다. 엽식성이어서 나뭇잎이나 풀을 먹고 살았다고 하는데 2500만 년 전 쯤 당나귀만한 크기로 사이즈업 한 것으로 보인다. 300만 년 전에 와서는 지금의 말과 흡사한 에쿠스(Equus)가 북반구 전역에 서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말은 발가락 수의 감소를 통한 단순화와 장대화, 대뇌의 대형화라는 일관된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을 볼 수 있다.

장대화를 이루고 난 후 말의 운명은 인간의 발 노릇을 하게 된다. 평화시에는 이동이나 노역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식용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져 각종 회화 작품이나 조각상에도 인간과 함께, 또는 단독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정복 전쟁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파괴력 있는 병기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근래에 와선 이 말을 이용해 승마나 경마, 레포츠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사실 기마민족이라고 배워왔지만 현실에선 말이 소나 돼지보다 더 친근하다는 느낌을 가지기는 어렵다.

우리가 기마민족이기 때문에 3박자 계통의 리듬을 사용한다는 학설도 있다. 말을 탈 때 나는 '다가닥 다가닥'하는 소리가 기본적으로 3박자 형태라는 것이다. 가까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 2박자 형태이기 때문에 비교해서 설명되기도 한다.

말의 수명은 23~35년 정도 되는데 경기용이나 승마용처럼 특정한 힘을 최대한 발휘해야 되는 경우, 7~12세가 가장 에너지를 잘 내는 시기라고 한다. 물론 말 가격도 이 시기에 가장 비싸진다.

이번에 최순실 사태에 핵심으로 등장하는 동물이 '말'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를 말과 관련한 기능인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최씨의 노력은 상식을 훨씬 뛰어 넘는다. 왜 그렇게 무리해서 재능도 없어 보이는 딸을 승마선수로 성공시키려 한 걸까.

보도에 의하면 정유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자 없는 대회에 나가 1등을 한 게 여러 차례 있다고 한다. 이런 수상실적 관리는 결국 대학입시까지 이어지게 됐고 인천 아시안 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도 다른 남자 동료 두 사람의 성적에 편승해 금메달을 목에 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정유라가 탔다는 명마 '비타나V'는 10억에 매매됐다는 얘기가 있지만 실제 가치는 20억원을 홋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들이 있었다.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다.

수 해 지났지만, 나도 주변의 친구들 중 말을 타는 모임이 있어 가끔 같이 자리도 하고 한 번씩 말에 올라타 본 적이 있다. 땅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안장 위에 앉아보면 자신도 모르게 당당해지고 시야 또한 넓어진다. 허리가 바로 세워져 말과 혼연일체가 되면 기품이 있어도 보인다.

신년음악회로 유명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매년 전 세계에 중계되는 영상을 통해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잘 연주하는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연주하는데 '말 학교'에서 잘 훈련된 말들이 군무를 선보이는 것을 단골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말의 관절운동은 그래서 매우 음악적이다.

2011년 '말산업 육성법'이 제정됐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말을 식육과 레포츠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의 지원 정책이었다.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말이 소나 돼지보다 훨씬 더 산업적으로 효용가치가 있어 보인다. 말 두수를 일단 절대적으로 늘여서 산업으로 성공시켜 보려 했던 이 법은 내가 알기론 일단 실패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런 와중에 '리치마켓'은 따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성화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주말이면 광화문에 전국에서 모여든 민심들이 촛불을 들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앞까지의 가두행진도 법원의 결정에 의해 가능해졌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비리의 사슬들이 너무 다종다양해서 사람 이름이나 사건 개요를 다 기억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트럼프의 당선까지 겹쳐 안팎으로 어수선하기 이를데 없지만 복잡할 때일수록 단순화 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최순실이 왜 그렇게 말에 집착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은 정직한 동물이다. 시야에 들어온 곳만 보고 가는 동물이다. 승선자와 신뢰가 쌓이면 눈앞에 천길낭떠러지가 있더라도 내어 달린다고 한다. 말은 질서를 아는 동물이다.

어쩌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선 말, 말만큼만 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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