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김영란 법
  • 거제신문
  • 승인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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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요즘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름, 김영란. 어딜 가나 둘 이상 모이면 김영란이란 이름이 화제다.

김영란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다.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와 함께 일찍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강직하고 정의의 편에 서 있다는 인식이 강해 이들 부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항상 우리사회를 크게 울렸고 그 뜻을 따르는 이들도 많았다.

1956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영란은 서울대 법대와 사법시험을 거치며 엘리트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2004년, 만 48세의 젊은 나이로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대법관 임기를 모두 채운 후에는 제3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대한민국 개조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발의했다.

당초 이 법안의 발의 취지는 공직사회 기강확립이었다. 김영란의 시각으로는 공직사회의 부패척결이 우리사회를 제대로 바꾸는 첫 걸음이라 여긴 듯하다. 이렇게 시작된 '김영란법'은 입법 과정에서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까지 포함되면서 민간영역으로 확대됐다. 단순히 환산해도 400만명이 넘어서는 적용인구가 생겨났다. 이런 저런 이해관계를 따지자면 사실상 국민 전체가 비켜갈 수 없는 엄격한 잣대 앞에 서게 된 셈이다.

이 법이 시행된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벌써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외식업종에는 김영란 메뉴가 등장했고 공직자들은 몸을 사리며 시범케이스에 들지 않으려 한껏 웅크리고 있다. 첫 날부터 몇 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지자체장과 연루된 사안도 있고 정으로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던 사제간의 캔커피 하나조차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 문화예술계에도 김영란법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들이 속출하고 있다. 며칠 전 만난 클래식 전문 기획사의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어떻게 영위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해댔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해외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공연할 경우 보통 2회에서 5회 정도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을 짠다. 월드 클래스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특급 연주단체일 경우 국내 공연회수는 3회를 넘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한 번 움직이면 일본이나 홍콩·중국·대만 등 클래식 수요가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 유치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연주회수를 할당받기 쉽지 않다. 이렇게 적은 연주회수를 약속받고 오는 특급 단체들은 100여 명에 달하는 대식구의 이동과 숙식 그리고 연주료 등과 관련해 엄청난 경비를 수반하게 된다.

기획사 입장에서 티켓을 팔아 이 경비를 충당하고 이윤까지 남기려면 어마어마한 가격의 티켓을 발행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공연하는 빅 오케스트라의 티켓가격이 3~40만원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획사는 큰 기업을 상대로 공연 하나 정도는 통째로 넘기는 방법을 선호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문화 후원에 적극적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고 업종에 따라선 직원 복지뿐만 아니라 고객과 거래처를 품위있게 관리하는 수단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선호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적용되면 위의 행위들은 전면적으로 불허될 수밖에 없다. 큰 거래처를 잃은 기획사들이 앞으로 좋은 악단의 초청을 주저할 수밖에 없어 공연시장이 위축되는 건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공연이나 축제 같은 행사에서 소위 VIP를 초청하는 것도 제동이 걸렸다.

예를 들어 지자체의 장이나 의원들을 초청하던 관행들도 이해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취재를 위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제공되던 티켓도 제한요인이 많아 운영에 애로가 많을 전망이다.

29일 개막한 전주 세계소리축제는 그동안 해당 지역구 의원·공무원 등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되던 무료관람권인 VIP와 GUEST용 ID카드 발행을 전면 취소했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지급하던 프레스카드도 축제 전 기간동안 티켓가격 총합이 5만원 이하가 되도록 조치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도 개·폐막식 초대권을 배부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대구 국제오페라축제도 지역 단체기관장이나 언론사 관계자에게 지급하던 초청장을 없앤다고 발표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정작 김영란씨는 그 누구에게도 작금의 현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강지원변호사가 "이미 김영란법은 김영란을 떠났고, 우리사회의 집단지성이 시간을 두고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한 말이 김영란씨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문화예술계도 이제 VIP 많이 오는 것으로 행사의 흥행을 따질 것이 아니라 내용으로 승부해야 할 때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이 가장 VI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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