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장 권민호
요즘, 거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잠잠하던 도시가 조선업 불황과 콜레라 발생으로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조선업 불황과 콜레라 발생을 두고 '거제의 이중고'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조선업 불황이 몰고 온 공허함으로 시민들은 불안감과 박탈감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40년간 습득한 조선업 노하우와 기술은 우리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산실입니다.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래 탑이 아니라, 40년의 공든 탑입니다.

조선업 40년 동안 처음 겪고 있는 생소한 진통이고, 또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진통이기도 합니다. 골이 깊으면 산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모두가 책임이라는 마음으로 인고(忍苦)의 시간을 현명하게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경계해야 합니다.

조선업 위기로 거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순되는 말처럼 들리지만, 지금의 위기를 지렛대로 활용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것입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과 관광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시황산업입니다. 조선업 100년사를 돌아보면 호황기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호황과 불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를 지금 추진하면 조선업이 회복되는 시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조선업은 눈앞의 상황만 보면 안 됩니다. 멀리 봐야 합니다. 해양플랜트 수요는 다시 촉발될 것입니다. 그것이 세계적인 불황을 현명하게 극복해 미래의 기회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거제는 천혜의 비경(秘境)을 간직한 하늘이 내려준 귀한 선물을 품고 있습니다. 섬의 고즈넉한 정취와 거제해금강·외도 등 나열하기 힘든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는 곳입니다. 거가대교 관광지 조성사업, 지심도 자연생태공원 등 관광지도를 바꾸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거제를 다시 찾고 싶은 명품 관광섬으로 변모하게 할 것입니다. 현재의 위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후세에 전가(轉嫁)되지 않도록 막중한 책임을 지고 하루하루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어려운 시기 조선도시 거제시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저력 있는 거제인이 있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조선(造船)은 역시 조선(朝鮮)이다'라는 말이 먼 훗날에도 전 세계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위기를 찬란한 영광으로 만드는 거제의 DNA를 보여 줄 때입니다. 함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잠시 묻어두고 가족과 친지들의 정을 함께 나누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 한가위가 됐으면 합니다.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조선업 불황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제수용품을 전통시장에서 마련해 어려움을 서로 나누는 뜻깊은 한가위가 됐으면 합니다. 가족과 친지가 둘러 앉아 근심걱정을 잠시 잊고, 못 다한 정담도 나누며, 고향의 정을 듬뿍 담아가는 뜻깊고 따뜻한 한가위가 되길 기원 드립니다.

2016년 9월

거제시장 권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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