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칼럼위원

▲ 김계수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장
두 사내아이와 엄마가 우동집에 와서 1인분만 시켜도 괜찮겠냐고 한다. 이들의 힘든 사정을 눈치챈 여주인이 서비스로 3인분을 내 주자고 하자, 남편이 이야기 한다. "안돼요. 그러면 오히려 저 분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도 몰라요"라며 우동 한 덩이 반을 삶아 내 놓는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초대를 받은 각 귀빈들 중 아프리카 추장이 있었다. 식사 마지막에 레몬 한 조각이 들어있는 물이 담긴 핑거볼이 나오자, 잠시 고민하던 그는 그 그릇을 두 손으로 들고 마셔버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때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도 핑거볼의 물을 마셨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핑거볼의 물을 마셨다.

우동집 부부는 1인분의 가격만 받았고 반덩이의 배려가 혹여나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맛있게 먹는 두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얼굴은 행복했고 제 값을 치를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겼을 것이다. 귀빈으로 초대 받은 추장이 곤란하지 않게 음식을 먹은 후 손가락과 입을 씻는 용도인 물을 함께 마셔주는 빅토리아 여왕의 배려가 없었다면 추장은 두고두고 주변 사람들의 놀림감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배려해준 용기 있는 행동이 동참과 반성의 기회를 주게 됐다.

세상을 힘들게 하고 더운 날씨보다 더 참기 힘든 대부분의 사건·사고는 배려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강력사건과 갑의 횡포·지역분쟁·가정문제 모두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배려의 부재인 경우가 많다.

생활 주변에서도 배려의 부재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콜센터로 기업이나 은행을 상대로 기계음과 입씨름 하다보면 이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것인지, 기업이 편하고자 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과정을 몇 번이나 거쳐야 하고 겨우 상담원과 연결된 이후에도 불편한 확인과정은 계속된다. 효율적인 운영을 자동화하면 더 효율적이 되지만, 콜센터 자동화음과의 싸움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또 중국집이나 치킨집을 이용하고 평소 모아둔 쿠폰을 제시하면 공휴일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형매장에서 영업시간이 끝났으니 나가 달라는 일방적인 통고보다는 "작별인사를 나눌 때까지 5분이 남았습니다"라고 하는 게 훨씬 배려 깊은 말이다.

배려와 서비스는 식당과 백화점의 직원만이 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거제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시민 모두가 거제를 알리고 팔아야 하는 종업원이다. 가족이나 이웃 모든 사람에게도 나는 여전히 나를 알리는 스스로의 종업원인 셈이다. 내게 거는 기대에 아주 자그마한 감동을 하나만 더 전해주면 그것이 곧 훌륭한 배려이고 서비스다. 

친절과 질서가 부족해 불편한 거제를 바꿔보자며 출범한 '나부터 다함께 시민운동추진본부'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지 반년이 넘어간다. 편안하고 온화한 거제로 거듭나는 시민 주체의 좋은 실천운동이 됐으면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속해 있는 친절분과에서 추진해가는 사업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모든 사업이 대시민 캠페인만으로 해결될 게 아니라, 시민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양심의 개방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질서와 불친절의 문제는 결국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과 편의만을 생각한 행동의 결과이다.

배려에는 사사로운 이익도 없고 나의 편의가 먼저 자리하지 않지만, 배려의 최고 수혜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배려 후 내 몸 전체로 흐르는 따뜻한 온기와 만족은 힘든 세상을 어렵지 않게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무지막지한 여름이 곧 지나간다. 아름다운 섬, 거제 곳곳에 문동 계곡같이 시원하고 거제 앞바다처럼 푸른 26만의 배려가 가을 하늘에 꽉 차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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