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구세(변소의 거제도 말) 앞에 오줌통을 두고 소변은 거기서 보게 했다. 이 오줌통 안쪽에 하얀 버캐(거제도에서는 '버검'이라고 한다)가 끼는데, 어머니께서는 벌에 쏘이거나 옻이 오르면 이 오줌버캐를 발라주셨다. 동의보감 탕액편에서는 인중백(人中白·오줌버캐)을 정력제라 했다. 경남의 풍습에 오줌 속에 담가뒀던 달걀을 삶아 새해아침에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안 나고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중풍 예방으로 오리알을 오줌에 담가 뒀다가 삶아먹는 것을 얼마 전까지 보았다.

현대과학으로 볼 때 오줌은 몸속의 노폐물에 불과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여혈(餘血)이라 해서 혈관의 피가 넘쳐 나온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오줌을 먹거나 피부에 바르면 약이 된다. 눈병이 나면 어린소녀의 오줌으로 눈을 씻었고, 겨울에 손발이 트면 아이의 오줌을 발랐다. 지금도 화장품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천연미용법으로 '아기오줌 마사지'를 한다. 따끈한 아기오줌을 튼 손과 얼굴에 바른 뒤 난로불에 쪼여 말리고 나서 물로 씻어내면 피부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진다고 탈북여성들이 말하고 있다.

조선중기 대표적인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40년 동안 자신의 오줌을 먹은 노인의 피부가 젊은이와 같았다며 이 오줌을 윤회주(輪廻酒)라 불렀다. 왕실의 내의원(內醫院)에서도 약으로 사용할 오줌을 보급해줄 어린머슴애를 동군(童軍)이라 부르며 관리했다. 현대 와서도 일본의 쇼-카이 건강잡지는 '기적을 일으키는 요로법'으로 선풍을 일으켰고 우리나라에는 1989년 소개됐다.

중국 저장성(浙江省)과 둥양시(東陽市)에는 수백 년을 내려오는 보양식으로 10살 미만의 남자아이 소변으로 삶은 계란 곧, '숫총각 달걀(virgin boy eggs)'이 정력과 혈액순환 그리고 뇌졸중을 방지한다는 속설로 인기가 높다 보니 둥양시 초등학교 남자 화장실에는 어른들이 몰려들어 오줌수거하기 바쁘고, 심지어 둥양시에서는 '숫총각 달걀'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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