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월경 때 샅에 차던 헝겊을 '개짐'이라고 불렀다. 다른 말로는 월경포, 월경대, 달거리포, 서답 등도 같은 말이다. 개짐은 광목으로 만들었다. 광목개짐은 흘러내리기 쉽고 생리혈이 번져날 우려가 있어 끈으로 묶거나 '다리속곳'이라는 요즘의 거들과 같은 옷을 입기도 했다. 개짐으로 사용한 광목은 월경이 끝나면 씻어 두었다가 다음 달에 사용했다.

특이한 것은 이 개짐이 민속에서는 역병과 병막이에 부적 같은 용도로 쓰였다. 역병이 돌면 개짐을 마을 입구 나무에 걸어두고 여인들이 야한 춤을 추어 병마(病魔)가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경북 청도의 민속이나, 가뭄이 심하면 마을 여자들이 개짐을 장대에 걸고 흔들면서 마을을 행진했다는 전남 진도의 풍습이 대표적이다. 월남전에 파병한 국군 중에는 여성 생리대를 지니고 있었다는 증언도 같은 맥락의 속설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과 시각도 존재한다. 생리가 있으면 집안제사 때 격리되거나, 성관계의 기피, 월경중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생활필수품인 생리대조차 자연스럽게 구입하지 못하는 문화적 왜곡이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생리대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의 질에서 나무껍질 섬유와 마를 사용한 템포가 발견되었다. 템포는 체내형 생리대로 몸 안에서 생리혈을 흡수했다가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달려있는 실을 잡아당겨 몸 밖으로 빼내는 방식이다.

지난 6월 21일 뉴욕시는 여성기본권 보장을 위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하고 있다. 바로 '공짜 생리대 법안'이 미국 최초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생리대가 없어 구두 깔창을 대신 썼다는 한 여학생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질 무렵,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고지하자, "국민 절반인 여성들이 생리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한국 여성들의 분노가 터져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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