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갈수록 가관이다. 전 사장과 전 직원의 회삿돈 횡령에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실태까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일들이 거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재무제표를 고의로 왜곡하는 것으로, 주주와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돼 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부터 2년간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조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감사는 조사 대상과 시기가 한정돼 있어 분식회계 규모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감사원 감사의 부실을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비교·분석한 일부 회계 전문가들은 분식회계가 9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17일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이 친구 회사를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회삿돈 120억여원을 외부로 부당하게 빼낸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부당이득금은 외국계 회사인 것처럼 위장한 운송사 측에 흘러갔고, 남 전 사장은 해당 운송사 지분을 차명 보유하면서 수익을 나눠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남 전 사장의 대학동창인 정모씨를 구속하고 정씨 소유 업체인 휴맥스의 전직 대표이사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자회사 디섹을 통해 부산국제물류(BIDC) 지분 80.2%를 사들이도록 했다. BIDC는 정씨가 대주주인 업체로 당시 적자경영에 허덕이던 상태였다. 대우조선해양은 개별 운송업체들과 일대일로 자재 운송계약을 맺어 왔다. 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BIDC를 육상운송 거래를 중간 관리하는 회사로 끌어들였다. 2011년에는 해상운송 거래에도 BIDC를 중간 업체로 끼워 넣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지불해야 할 운송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BIDC는 인상된 운송료의 5∼15%를 마진으로 챙겼다. 이같은 식으로 BIDC 측에 흘러간 육상 및 해상 운송비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외부로 유출된 부당이득을 남 전 사장이 공유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일감 몰아주기'로 사세를 키운 BIDC는 매년 15% 이상의 고율 배당을 시행했다. 배당금을 챙긴 BIDC의 외국계 주주사 지분을 남 전 사장이 차명 보유했다는 것이다.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던 대우조선해양 임모 전 차장도 이날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임씨가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선주사와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비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드는 수법으로 2700여차례에 걸쳐 회삿돈 169억13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 2008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시추선 건조 기술자 숙소 임대차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허위계약을 맺어 245차례에 걸쳐 9억4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임씨는 이렇게 빼돌린 회삿돈으로 내연녀와 초고가 명품가방과 명품시계·슈퍼카 등을 구매하는 등 수년 동안 호사를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회사를 떠날 때에는 위로금 1억원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역시 맹목적 거수기에 불과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고 있는데도 군말 없이 운영자금을 댔고 무분별한 자회사 투자도 방관했다.

감사원이 불과 4개월여 만에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찾아낸 점은 산업은행에 과연 부실감시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때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조선해양이지만 다시 부실해지면서 이 회사에 대한 금융권 여신은 2001년 5조1802억원에서 지난해 6월 23조4348억원으로 급증했다.

전 사장과 전 직원이 만들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숟가락을 얹은 대우조선해양의 도덕적해이. 정부와 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이 만들어 온 비리 커넥션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두려움과 걱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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