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 셋이 모이면 줄이 생기고, 이스라엘사람 셋이 모이면 토론하고, 중국사람 셋이 모이면 식당 차리고, 한국사람 셋이 모이면 고스톱 방석 편다는 유머가 있다. 명절날 가장 흔한 놀이가 화투고, 노인요양원의 치매 프로그램으로 화투가 이용되기도 한다.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위원들이 고스톱판을 벌렸다가 여론으로 혼쭐이 난 적도 있다.

화투(花鬪)는 열두 달을 상징하는 화초 그림딱지 48장을 가지고 노는 노름의 일종이다. 화투의 전파는 포르투갈의 '카르타(carta)딱지'가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에서는 그것을 본떠 하나후다(花札)를 만들었다. 이를 19세기 쓰시마 섬의 상인들이 한국을 왕래하면서 퍼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의 화투는 너무 왜색적이라 1950년대 우리식 그림으로 바뀌었다. 그림이 바뀌었지만 일본화투의 원형이 그래도 남아 있는 게 '비'다. 화투에서 비는 참 오묘하다. 다른 광(光)은 모두 광자가 아래에 있는데 비광만은 위에 있다. 비광은 혼자로는 별 볼일 없고, 다른 광 두 개가 있을 때만 2점을 인정해주는 열외의 광이다. 새는 고도리로 쳐주지 않고, 빨간 띠는 단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껍질은 쌍피로 귀하게 쳐준다.

화투 중 유일하게 사람이 등장하는 패도 '비'다. 웬 낯선 사람이 양산을 받쳐 들고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서 있다. 그리고 축 늘어진 검은색의 능수버들과, 그 옆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팔짝 뛴다. 12월을 상징하는 혹한의 겨울에 웬 양산이며, 겨울잠을 자야할 개구리는 왜 등장하는지 신기한 일이다.

비 껍질에 나오는 그림은 죽은 귀신이 드나드는 라쇼몬(나생문·羅生門)이다. 귀신이 우글거리는 으스스한 문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빗줄기, 번쩍이는 번개가 그려져 있다.

화투를 재해석한 가수 조영남씨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에서 대작(代作)논란에 대해 "어른들이 화투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오래 가지고 놀다 쫄딱 망했다"고 했다. 아직도 말 속에 건방짐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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