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1967년 개봉한 영화 '졸업'. 더스틴 호프만의 명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이 영화에는 대학 졸업을 앞둔 주인공이 진로를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주인공의 아버지 친구가 중요한 사업 정보라며 귓속말을 한다. "한마디로 대세는 플라스틱"이라고.

이후 플라스틱은 그야말로 대세가 돼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인공적으로 유용한 모든 형상을 성형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생활전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플라스틱의 탄생은 당구가 유행하던 18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 당구공협회는 '상아로 제조하는 당구공을 다른 재료로 만들면 1만 달러를 주겠다'고 공모했다.

이에 소독약으로 쓰이는 페놀과 포름알데이트를 섞은 '베이클라이트'로 플라스틱 당구공이 만들어지면서 상용화가 시작됐다. 이후 플라스틱은 분자의 종류와 결합방법에 따라 다양한 제품으로 발전하게 된다.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플라스틱은 애초 고온과 고압에서 제조되는 고분자화합물로 없어지지 않는 비활성화 물질이다. 당구공으로 쓰일 만큼 단단한 강성 때문에 보편화 됐지만 이제는 비활성화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버렸을 때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자연계 물질이 썩어 없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한 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태양이나 외부적 조건에 의해 미세입자로 잘게 부서질 뿐이다. 보이지 않고, 찾을 수 없으며, 거를 수도 없는 물질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특히 바다로 밀려드는 플라스틱의 폐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태평양 환류지역에 모인 쓰레기 섬을 플라스틱 아일랜드라고 한다. 인류가 버린 쓰레기들이 태평양의 한 가운데 모여 만들어진 섬이다. 쓰레기들로 이뤄진 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7배에 달한다. 약 1억톤의 쓰레기 중 90% 이상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있다고 한다.

잘게 부스러져 만들어지는 미세플라스틱(마이크로플라스틱)은 해양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이 플랑크톤을 새우 등 작은 해양생물이 먹고 그 해양생물을 어류 등이 포식하게 된다. 해양생물들에게 플라스틱이 축적되는 것이다.

더욱이 미세플라스틱은 다른 오염물질을 집중적으로 흡착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이렇게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수산물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해양 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특히 거제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해양과학기술원의 발표에 따르면 거제와 진해바다 32곳에서 1㎢당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55만개가 검출됐다. 이는 해외 9개 바다 평균보다 8배나 높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이같이 우리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원인 중 하나로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부표가 꼽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어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때 필연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양식생물을 가두는 가두리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다.

스티로폼은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딱딱하고 무거운 폴리스틸렌을 발포시켜 무게를 가볍게 하고 완충작용이 가능토록 했다. 스티로폼 부표는 현존하는 가장 가볍고 저렴한 부력 소재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전남해역에 설치된 스티로폼 부표는 3571만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구연한이 3~5년인 고밀도 부표는 전체의 1/10인 386만개에 불과하다. 고밀도 부표라고 해도 스티로폼의 밀도가 높아 내구연한이 다소 길 뿐 염분과 파도, 햇빛에는 마찬가지로 부서진다. 하지만 수거량은 매우 저조한 상태다.

매년 거제지역 해안가에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부표들이 떠밀려 온다. 하지만 가두리에 활용하는 스티로폼 부표는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와는 다르다. 우리가 먹을 수산물을 기르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재료를 바다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부터 친환경부표 보급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가격을 걱정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구매가격 일부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값싼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과 동경의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그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어민들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오늘의 삶은 물론 내일의 희망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