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성립 사장, 유럽 돌며 2분기 발주협상 총력

'수주 절벽' 위기에 처한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외 수주에 사활을 걸고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지난달 중순 유럽 주요 선사를 만나 세일즈에 나섰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태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선주들을 안심시키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납기 지연이나 건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경제제재 후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이란을 방문해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도 해외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금과 같은 수주 가뭄에선 향후 1~2년 내 도크가 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조선사가 따낸 일감은 총 9척으로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그룹 내 조선계열사들이 6척, 중소조선사인 연수중공업이 3척을 수주한 것이 1분기 수주의 전부다. 수주 잔량도 점점 줄고 있다. 3월 말 기준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2759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 역시 1년 반에서 최대 3년까지의 일감만 갖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보내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계속 수주가 없으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비는 도크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국 선주들의 발주로 수주를 버틸 수 있는 중국·일본 조선소와도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올 1분기 수주한 선박 35척 중 32척을 자국 발주 물량으로 채운 반면 국내 조선사의 해외 수주 비중은 오래 전부터 95%를 넘어섰다.

국내 해운사들이 부채 급등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한 데다 대부분 배를 빌려 쓰는 경우가 많아 발주 물량이 많지 않다.

국내 조선업계 CEO들이 해외 선주들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외 수주가 실적을 좌우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CEO들이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수주 물꼬를 트기 위한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올 2분기 유럽선사들이 대거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상을 선점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가 급격히 줄면서 대부분의 조선소가 예년 수준의 수주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얼마 없는 발주라도 따내기 위해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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