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70년대 정부가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폈을 때 제일 걸림돌이 되는 것이 우리의 기술력을 믿어주지 않는 데 있었다.

아직 산업국의 대열에 서지도 못했고, 심지어는 「코리아」라는 나라가 지구의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하려해도 참 막막했다.

당시 우리는 기술력보다는 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노동집약 산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끈질긴 우리들의 노력 탓에 수출은 기반을 잡아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선진국이 우리를 보는 눈이었다. 노동력을 팔아먹는다는 인식, 다시 말해 노동착취라는 오명 때문이었다.

그런 탓에 그들이 한국물건을 구매하거나 주문을 할 때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었다.
노동자에 대한 후생복지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에 대한 확인이었다. 노동자에 대한 복지수준이 회사의 수준이며 제품의 수준이기도 하거니와 노동자를 배려하라는 선진국이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이었다.

이 복지를 가장 한 눈에 쉽게 알기 위해서는 이 회사가 돈을 벌어 얼마나 교육에 투자하는가를 중요한 잣대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 물건을 팔겠다는 야심 찬 큰 회사라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더 나아가 대학까지 가지고 있어야 했다.

어느 나라든 기술력이 인정을 받고 나면 복리후생이라는 먹고 살고 즐기는 문제보다 한 차원 넘어 인권문제를 제품과 결부시키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인권 후진국은 산업후진국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명실상부하게 자리를 잡은 것은 1995년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서 비롯된다. 지방자치란 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그 지방 주민 의해 자율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이 되는 제도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재정자립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사실 아직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처지의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그에 비하면 거제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구가하는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마디로 어느 지역보다 살림이 낫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언론인포럼의 「살기좋은 도시 대상」 수상, 한국경제신문사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 선정, 산자부 산하 산업정책연구원 발표 「미래경쟁력 도내 1위」 등 영예로운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행정력도 뛰어나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최우수상과 「한국능률혁신 경영 대상」 등도 대단한 자랑이다.

그런데 정말 자랑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살기 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가? 기업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말하는가? 남들은 IMF로 휘청거릴 때 그게 뭔지도 실감하지 않고 흥청거리는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인가? 막말로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도시가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인가?

6·70년대 못 먹고 살 때에도 자식 공부시키는 일만은 아끼지 않았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우면서 학자금을 위해 논을 팔고 소를 팔았다.

그래서 당시의 대학을 다른 말로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탓에 오늘날의 삶이 윤택해졌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말 살기 좋은 도시란 아이 공부시키는 일에 걱정 없고, 문화적 배고픔이 없는 교육·문화·예술이 기반되는 도시를 말한다. 이런 도시만이 미래 경쟁력을 갖는다.

거제는 어떤가? 2008년부터 교육경비보조금을 2%에서 3.5%로 인상함에 따라 금년 11억6천만원에서 내년에는 20억3천만원으로 늘어나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여기에 체육·문화공간 설치사업은 별도로 지원하게 됨으로 실제 지원액은 크게 늘어난다. 아직은 좀 부족하지만 그나마 참 잘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거제시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상수도 조례개정을 통한 사회복지시설 및 학교의 수도요금을 감면해 주는 일이다.

이미 거창군은 사용료의 50%를 감면하여 주고 있고, 합천군은 학교수도요금은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1단계 요금으로만 적용하는 조례가 통과되었다. 진해시는 합천군의 방법으로 개정을 입법예고 중에 있다.

이번 회기에 우리도 조례의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욕심 같으면 남들보다 먼저 앞서가면 좋겠지만 아직도 늦지 않다. 교육만이 미래 거제의 희망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