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 성석제 작

▲ 신중후(28·장평동)
투명인간은 압축성장 시대의 한 가정과 그 시대 사람들이 중심부로부터 소외돼 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시골, 전통사회에서는 능력 있는 가장이었던 만수의 아버지가 도시에서는 술만 축내는 건달로 전락하는 점, 시대의 거친 풍파에 무너져가는 가족을 보면서 개인적이고 비열하게 변해가는 만수 동생 석수, 그저 주변사람을 챙기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세상 가장자리로 쫓겨나는 만수를 통해 우리는 힘없는 개인과 정의 없는 사회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소설 전체 이야기는 한 가족의 차남이자 나중에는 그 가정을 이끌어가는 '만수'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주변 동료들의 입으로 동생들의 입으로 때로는 그저 한 번 지나간 인연의 입으로 묘사된다. 어쩌면 만수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묵묵히 가족을 살리려 애쓰다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우리 어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닐까.

만수는 자본주의 속에서 가족 중심적 가치관에 머물러 있느라 세상의 중심부에서 멀어져 가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가족을 살아가야 할 가치의 중심에 놓는다. 작가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속에서 파괴되는 가족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그래도 이 자본주의의 암울함을 극복할 유일한 수단은 그러니까 투명인간이 되어도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은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대의 흐름과 아픔 속에서 우리는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교과서처럼 자유로운 개인들이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그런 평화로운 곳이라 부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투명인간들이 끼리끼리 한강다리 아래 고수부지에 소풍을 나가 단란한 광경을 떠올리는 마지막 화자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 더 연대하고 공감해야 한다. 우리는 파편화 된 가족일 수도 아니면 이웃일 수도 또는 동료일 수도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 간에 작가의 말처럼 함께 느끼고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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