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수 칼럼위원

▲ 김계수 거제시외식업지부 사무국장
사람이 가진 감각들 중 미각이 주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는 욕구 중 하나다. 먹는 것의 쾌락은 방송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채널을 돌리기가 무섭게 전국의 맛집이 소개되고 밤늦도록 유명 조리사들이 마술을 부리 듯 먹음직한 요리 기술을 보여준다. 한결같이 맛있고 푸짐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소개된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과 신체까지도 바꾸기도 한다. 약식동원(藥食同原)이란 말은 '음식으로 낫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라는 말이다.

중국 광둥지방의 여름철 보양식 불도장(佛跳牆)은 '부처가 담을 넘는다'는 뜻인데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맛있는 냄새에 끌려 식욕을 참지 못하고 승려도 담을 넘을 정도의 대단한 음식인 모양이다.

다이어트의 강한 집념을 삼킬만한 맛있는 음식이 매일 소개되고 유명한 남자 조리사들이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저렴한 제작비와 높은 시청률 때문이지만, 음식에 대한 방송은 큰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흔한 음식점은 입맛처럼 즐겁게 운영되고 있을까? 한마디로 'NO'다. 2004년부터 10년간 외식업소 174만개가 폐업을 했다. 전체 자영업종 가운데 음식점 비율이 22.0%로 가장 높게 차지하고 창업한 음식점 6곳 중 1곳만 살아남은 수치다.

음식점 대부분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영세업자이다. 인구대비 음식점의 밀도가 너무 높고 사업의 접근성이 쉬운 탓에 외식업의 폐업률이 소매업이나 서비스업보다 월등히 높다.

음식점은 고된 노동을 요구하면서 감정까지도 팔아야하는 복잡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조리기술이나 맛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냉정하고 엄중하다. 설사 맛이 있다하더라도 종업원의 고객 응대 실수가 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나 각종 가축질병 등에 워낙 민감하다보니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공인이라고는 하지만 생존에 성공하는 16.4%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80% 이상 음식점의 평균 수명이 1~2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음식점은 대부분 농수축산물로 상품을 만들고 팔지만 의제매입에 대한 세제혜택이 형편없이 낮다. 부가세처럼 100%를 공제 받는 게 아니라 매입세액의 40~60%정도로만 매입으로 인정을 해 준다. 또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반갑겠지만, 식당은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거제는 다른 지역보다 음식점 근로자의 임금이 터무니없이 비싼 편이다. 매년 인상되는 임대료와 인건비, 높은 물가로는 음식점 운영이 힘들 수밖에 없다.

이 뿐인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음식점에 대한 행정규제는 한번 법규 위반으로도 헤어나기 어려울 만큼 강하고 엄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의 음식점들은 매일같이 싱싱한 재료를 구입하고 찾아 올 손님을 위해 정성껏 조리를 한다. 내가 본 바로는 대부분이 그렇다. 물론 세심하게 위생관리를 하지 않아 고객에게 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계속되는 힘든 노동 탓이었으리라. 

'아름다운 섬, 맛깔스런 거제'라는 슬로건으로 거제향토음식요리경연대회가 오는 10월3일 거제실내체육관 앞에서 개최된다. 싱싱한 생선회부터 바다장어·톳나물돌솥밥·굴·생선구이·유자냉면·맹종죽순요리 등 다양한 우리 지역의 음식이 출품되고 무료 시식회도 열린다.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여 맛보고 즐겼으면 한다. 우리의 이웃인 소상인도 살리고 향토음식도 살리고 시민의 건강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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