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지(Fringe)
프린지(Fringe)
  • 거제신문
  • 승인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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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얼마 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전반부 행사를 마쳤다. 올해에는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꾸준하게 보내오는 e레터나 보도를 통해 돌아가는 모양새는 대략 파악을 하고 있는 터였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한국적 프린지의 실험과 모색'이라는 화두로 개최된 '독립예술제'가 그 모태가 됐다. 예술활동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지극히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론 사회적으로 얼기설기 유기성을 가지지 않으면 생명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런 저런 이유로 늘 비주류에 머물고 있는 예술가의 입장에선 장이 필요하고 새로운 틀에 대한 욕구가 상존한다. 바로 그런 예술가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가 '독립예술제'를 불타오르게 만들었고 2002년 5회째를 맞으며 아시아 각국의 공연단체를 참여시키며 국제행사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 즈음 명칭도 '서울프린지페스티벌'로 바꿔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인디'들이 다 모이는, 건강한 메시지가 동반되는 축제로 성장해온 서울프린지는 3년 전부터 큰 변화를 겪었다. 공연의 주무대가 됐던 홍대의 거리를 벗어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멍석을 옮겨 깔게 된 것이다. 홍대가 너무 상업적으로 바뀌어 프린지의 성격과 이질화돼 갈 즈음,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이 경기가 없을 때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서울시의 제안을 주최측에서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서울프린지를 이끌어 가는 주체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다. 요즘 흔히 말하는 '집단지성'이 발휘될 여지가 많은 구조인 셈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잘 된 결정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켜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프린지는 숄이나 스카프의 가장자리에 붙이는 술 장식을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주변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쨌든 주류가 될 수 없는 절대 메인메뉴가 될 수 없는 에피타이저나 디저트 같은 것이다.

인문학적으로는 의식이라는 하천의 흐름 중심에 통이나 그릇에 담긴 물이 있다고 하면 그 정지된 물이 실질적 부분이며, 그 주위를 고임 없이 연면히 계속해서 흘러가는 물이 추이적 부분인데 프린지는 후자를 의미한다고 해석돼 진다.

문화예술계에서 프린지라는 용어가 유명해진 것은 영국의 에든버러로부터 출발됐다. 1947년 스코틀랜드의 주도인 에든버러에서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이 처음 열렸을 때 여덟명의 배우들이 공터에서 허가받지 않고 공연을 한 데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 후 해가 거듭할수록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공연단체들의 수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프린지페스티벌'은 에든버러페스티벌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됐다. 1957년에는 '프린지협회(Festival Fringe Society)'가 발족되어 행사주최의 체계가 잡히고 홍보와 마케팅 등 공동운영 시스템과 원칙이 수립됐다.

지금의 '에든버러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는 8월을 중심으로 4주 이상 개최되는데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1,000여 팀의 공연단체들이 200개에 이르는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물을 선보이는 세계 최대의 축제로 발전해 단일축제처럼 돼버렸다. 다시 말해, 공식축제보다 더 유명한 프린지가 된 셈이다.

국내 최초의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도 1999년에 에든버러프린지에 참가해 최고평점을 받고 해외진출과 흥행의 교두보를 확보한 바 있고 작년에 거제공연을 했던 아프리카 타악퍼포먼스 '드럼 스트럭'도 에든버러 프린지를 통해 입지를 마련한 팀이다.

에든버러프린지의 성공은 다른 지역으로 프린지 현상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는데,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프린지페스티벌이 창설된 이래 10여 개의 서로 다른 프린지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방콕프린지페스티벌에 이어 서울프린지가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프린지는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안문화축제'로서 시대정신을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장치이다. 형식이나 자격의 제한을 두지 않고 가치와 운영 전반에 민주적인 역량과 의지가 필요한 예술활동이다.

어느 프린지페스티벌엔 'Be Main, Be Fringe"라는 슬로건이 선명하다. 중심을 갈망하는 프린지의 자기자리에 대한 역설이 우리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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