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구비문학 51

옛날 어떤 마을에 두 형제가 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제는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많이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해도 해결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형제는 고을의 원님을 찾아가 판결을 부탁했다.

고을 원님은 두 형제의 주장을 듣고 나더니 종이에 '산함일구 강토이주(山含一臼 江吐二珠)'라는 글을 썼다. 뜻을 보자면 '산이 하나의 절구를 머금고, 강이 두 개의 구슬을 토했다'는 것이지만 두 형제는 무식한지라 뭐라고 써 놓았는지 알지 못했다.

고을 원님은 이 글을 아무개 선생님을 찾아가 드리라고 말했다. 형제는 원님이 판결하기가 성가시고 부담스러우니까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감히 원님 앞에서는 아무 말 못하고 물러나 그 선생님을 찾아갔다. 원님이 써준 글씨를 선생님 앞에 내밀자 그 선생님은 가만히 보더니 두 형제를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어느 곳에 두 형제가 살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노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집안이 어찌나 가난했던지 하루 먹고 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루는 산 너머 마을에 사는 큰아들의 친구가 자기 아버지 환갑잔치를 한다고 초청이 왔다. 그러나 잔치에 가려면 옷도 번듯하게 입고 술이라도 한 병 사가지고 가야하는데 그럴 처지가 못 되어 잔치에 갈 생각을 하지 않자 노모는

"안 가져가도 그 집에서는 우리 집 사정을 알기 때문에 아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달래서 아들을 잔치에 보냈다.

어머니의 명이라 아들은 초라한 옷을 입고 빈손으로 잔치집에 갔다. 그 집은 잘 사는 집이라 잔치가 성대했다. 좋은 음식이 나왔지만 집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먹을 수가 없었다. 그걸 알아챈 친구가 돌아갈 때 어머니 드릴 음식은 따로 싸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 아들은 잘 먹고 유쾌하게 놀다가 돌아가려고 하는데 친구가 잊어버렸는지 따로 음식을 챙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 주는걸 달라고 할 수도 없고 해서 빈손으로 돌아오다가 마을 앞 언덕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어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마중을 나오면서 손자에게 하는 말이

"아가야, 배가 고파도 조금만 참아라. 아버지가 맛있는 음식을 가져올 거다."

어머니는 아들이 음식을 싸 올 것이라 믿고 손자를 달래고 있었다. 아들이 생각하니 내가 참 불효한 짓을 했구나. 혼자서 실컷 먹고 오다니, 아들은 너무 송구스러웠다. 마침 옆에  절구처럼 생긴 호박이 있었는데 거기에 음식을 토했다. 그런데 갑자기 호박 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금방 차오르는 것이었다.

그 밥으로 어머니와 손자가 맛있게 먹고 나서 신기한 호박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 호박에 쌀을 한 톨 넣으면 금방 가득 차고, 돈을 한 닢 넣으면 돈이 가득 찼다. 그렇게 하여 큰아들은 부자가 되었다. 둘째가 혼인하여 분가할 때 형은 논이며 밭을 사 주었지만 동생은 논도 밭도 다 싫으니 그 호박을 달라고 졸랐다.

형은 하늘이 준 호박을 네게 줄 수 없다고 하자 두 형제는 크게 다투었다. 결국 두 사람은 산에 가서 호박을 굴렀을 때 굴러간 쪽의 사람이 가지기로 했다. 욕심 많은 동생은 자기가 유리하도록 산 아래 가 섰다. 형이 위에서 호박을 굴리자 호박이 잠시 내려가는 순간 갑자기 산이 쩍 벌어지면서 그 호박을 삼키고 말았다. 서로 호박을 가지려고 싸우다가 결국 아무도 가지지 못했다.

이것이 '산함일구(山含一臼)'라고 설명했다.

윤일광 詩人(자료: 거제향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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