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어렵사리 재선에 성공을 했지만 임기 내내 그다지 인상적인 국정수행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오바마가 독특한 소통방식으로 9회말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리고 있다.

총기난사 추도식에서 국가를 선창하며 미국 내에서 일상화되어 가고 있는 각종 범죄와 테러 등에 애국심과 신앙을 바탕으로 감성에 호소하기도 하고, 마약사범들이 주로 수용된 교도소를 방문해선 자신이 젊은 시절 마약에 빠졌다가 극복한 예를 솔직한 화법으로 고백하며 실수에 대해 관용하고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도 있다.

또한 국내 문제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는 이란과의 핵문제도 진일보한 협상을 이끌어 내었고. 특히 쿠바와의 외교적 진전은 백미로 꼽힐만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과 쿠바는 현지시간으로 7월20일, 1961년 단절된 국교를 54년만에 정상화하며 양국 수도 워싱턴D.C.와 아바나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오바마의 홈런볼인 쿠바하면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떠오른다. 쿠바혁명의 동지로 카스트로는 장기 독재를 통해 지구촌에서 쿠바를 오랜 시간동안 섬으로 고립시켰고 체 게바라는 혁명의 실천자로 아프리카와 남미를 무대로 게릴라 활동을 펼치다 볼리비아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에 그의 삶과 주장을 흠모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하니, 쿠바는 정치지도자들조차 남 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

지구상에서 야구를 최고 잘하는 나라, 대문호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집필했던 지성의 나라, 미국의 금수조치에 맞서 세계 최고의 유기농산업 강국으로 되받아 치는 나라, 대학까지 무상교육체계를 갖춘 문맹률 제로인 나라, 전 국민 의료서비스가 무료이며 의약기술의 수준이 어마어마한 나라, 태국의 알카자쇼, 프랑스의 리도쇼와 함께 세계 3대 쇼인 '트로피카나 쇼'를 매일 밤 펼치는 정열의 나라가 바로 쿠바이다.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쿠바는 1492년 아메리카대륙으로 항해하던 스페인에 의해 발견된 크지 않은 섬이다. 당연히 토착 원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유럽으로부터 들어온 질병과 스페인의 혹독한 식민지배로 인해 거의 전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스페인은 아프리카로부터 수많은 흑인들을 노예로 데려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쿠바는 브라질과 함께 중남미에서 아프리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음악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 아프리카의 많은 민속 리듬들이 들어옴과 동시에 스페인의 라틴적인 기질과 유럽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독특한 음악문화를 만들어냈다.

스페인의 무곡 콘트라단사에 아프리카의 요소들이 결합된 춤곡 단손과 아프리카의 리듬을 바탕으로 시작해 쿠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댄스음악으로 유행했던 룸바, 그리고 역시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하는 쏜(Son) 등을 손꼽을 수 있다.

19세기 말 독립을 성취한 쿠바는 20세기에 들어 미국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음악적으로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고, 쿠바의 음악이 가진 원시성에 미국 재즈가 덧 입혀지면서 더욱 세련되고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음악은 미국 자본의 그늘 속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혔던 아바나의 많은 사교 클럽을 중심으로 쿠바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황금기를 누리게 되었다.

1930~1950년대 쿠바음악의 황금기를 일군 대표적인 음악가들이 모여 연주하던 클럽인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환영받는 사교클럽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쿠바혁명 이후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음악가들은 흩어져 30여년 이상 깊은 침체기에 빠졌다.

1995년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레코딩 프로듀서인 R.쿠더가 영국의 음반사 월드 서킷과 함께 쿠바를 찾았고 이듬해 흩어져 있던 7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노인연주자들을 규합해 6일만에 음반 작업을 마쳤다. 쿠더는 이 프로젝터 밴드의 이름과 앨범명을 동일하게 옛 쿠바음악의 영화를 재현하듯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라 붙였고 앨범은 전 세계에 쿠바음악 열풍을 일으키며 6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들은 그 사이 세상을 하직하는 멤버들을 보강해 가며 거의 20여년 동안 쿠바음악의 진수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제3세계음악'에 대해 눈뜨게 하는 성과도 이끌어 내줬다. 그래서 작년 이 클럽이 발전적 해체를 결정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미국의 케리 장관은 7월20일을 경축하며 "오늘은 그동안 고장나 있던 것을 고치고 너무 오래 닫혔던 것을 여는 날"이라 말했는데 우리도 이제 주변을 제대로 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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