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 2급 변정수씨, 호주 국제마라톤대회 장애인 휠체어 ‘금’

10년 넘은 레이스용 휠체어로 1시간 30분만에 하프코스 주파

“10년이 넘은 고물 레이스용 휠체어지만 달리는 데에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마라톤 대회 장애인 휠체어 하프코스 20㎞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변정수씨(44·옥포2동 덕포리·지체2급).

변변한 장비도, 지원도 없이 학원차량 운전을 생업으로 휠체어 마라톤을 시작한지 1여년 만에 차지한 쾌거라 기쁨이 남다르다.

변씨가 이번 대회에 사용한 레이스용 휠체어는 10년이 넘은 낡은 장비. 경남지역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서울장애인중앙회에 도움을 받아 임대한 장비다.

대회 출전도 푸르메재단과 에쓰오일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 등 한국 장애인 7명과 함께 경기에 나섰다.

“레이스용 휠체어 가격이 8백만원이 넘습니다. 워낙 고가의 장비라 구입은 엄두도 못 내고 있죠.”

좀 더 가볍고 바퀴가 큰 최신 장비에 비하면 천양지차지만 일반 휠체어를 타던 변씨에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자비를 들여 바퀴를 개조하고 레이스용 장갑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임대기간이 지난 9월로 끝난 상태지만 중앙회에 요청해 임대기간을 늘려볼 생각이다.

하루 4시간씩 훈련하고 있는 그는 변변한 코치 없이 인터넷을 뒤져가며 레이스용 휠체어 연습 매뉴얼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도 있다. 시행착오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연습장소도 마땅치 않아 주로 통영 e-마트 옆 해안도로를 활용한다. 매끈하지 않은 도로에선 자칫 2백만원이 넘는 바퀴가 파손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1일, 일반 휠체어를 타고 옥포에서 다포까지 약 50㎞를 완주한 경험이 이번 대회에 큰 자산이 됐다는 변씨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이를 악물고 달렸습니다. 5시간 만에 다포에 도착해 가족들과 뒤엉켜 펑펑 울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19살 때 선천성 곱사등이 치료를 위해 수술을 했다가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변씨는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뒤 자살시도만 5번을 할 정도로 실의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그에게 새 삶의 희망을 불어 넣어준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 “너 보다 불쌍한 사람도 많이 있단다. 스스로를 사랑하거라” 라며 아들을 격려해 준 덕분이었다.

휠체어 바퀴나 몸체에 거제시 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는 변씨는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과 재정적 어려움에 아쉬움을 표했다.

변씨는 “장애인들도 직업과 함께 건강을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그 동안 힘든 여건 속에서도 도움과 희망이 되어주며 기도를 아끼지 않은 가족들과 이원준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 신덕원 부장님 등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부인 신진하씨(38·지체6급)와 중학교 3학년 딸,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생활하고 있는 그는 언젠가 제대로 된 경주용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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