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란 말은 서양에서 개발한 수세식 양변기가 들어오면서 사용됐는데 일을 보는 공간과 씻는 공간이 공존한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다. 화장실의 본래 이름은 뒷간이다. 뒷간은 사람이 바라보는 쪽이 앞이라면 그 반대편은 뒤로 항문이 뒤에 있어 뒷일을 보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1980년까지만 해도 농촌의 뒷간은 수거식이었다. 뒷간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그 안에 분뇨가 차면 퍼내어 거름으로 썼다. 이때 가능하면 똥과 오줌이 섞이지 않도록 뒷간 입구에 오줌통을 두고 별도로 받았다. 뒷간에서 꺼낸 인분도 바로 거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밭의 한쪽에 구덩이를 파고 모아 두었다가 어느 정도 삭혀 사용했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이용하도록 길거리나 공원 따위의 공공장소에 만들어 놓은 시설이 공중화장실이다. 공공화장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화장실문화를 그 나라 문화의 척도로 삼기도 한다.

'홍콩'이란 말은 이름 그대로 '향기로운 항구'라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 나는야 꿈을 꾸는 꽃 파는 아가씨…'로 시작되는 '홍콩 아가씨'라는 노래로 가고 싶은 선망의 도시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홍콩은 세계적인 무역대국이다. 세계적 영화산업 본거지며, 세계 최대규모의 레스토랑이 있고 세계 최대의 경마 베팅액수를 기록하고 있고 공항은 승객수나 국제화물 처리능력이 세계 최고다. 홍콩의 주식시장은 뉴욕보다 크고, 빅토리아항의 초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매일 밤 8시부터 14분간 펼쳐지는 빛의 향연이 홍콩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런 나라에도 공중화장실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면서도 화장실 건물은 놀랍게도 우리나라 80년대 정도의 수준이다. 여자화장실은 들어가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남자화장실의 소변기는 개인별로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이 볼일을 보아야 한다.

화장실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최고임이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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