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예년보다 이른 봄꽃 소식이 이런저런 사회적 갈등으로 피로해진 마음에 큰 위안으로 다가오는 계절이다.

거의 매일 들여다보는 예술의 전당(SAC) 홈페이지에도 봄을 알리는 공연과 전시 그리고 교육 관련 소식들이 새 단장을 해놓고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올해에도 세계 유수의 악단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근래 들어 클래식 시장에서 한국이 가지는 비중이나 미래의 확장성에 공급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유럽의 극장들을 둘러보고 온 극장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오페라의 본 고장이라는 이탈리아의 극장이나 공연단체들도 국가보조금이나 후원이 크게 줄어 예전 같으면 앉아서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애호가들만 받아도 척척 돌아가던 것이 이제는 미주나 아시아투어 등 시장을 개척하고 찾아 나서는 쪽으로 마케팅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경제가 어려운 중에서도 문화에 대한 투자가 자존과 삶의 질에 깊이 관계된다는 인식 떄문인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문화 관련 지출이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정부의 보조나 지원도 예술가와 관객 가리지 않고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좋은 환경이 된 듯하다.

특히 젊은층의 문화향유 욕구가 상당하여 이런 에너지가 문화예술계에 요긴한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대형 공연들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볼륨이 커지기는 했지만 예술적 성취에 양보한 흔적은 없어 보여 다행스럽기도 하다. 자칫 판만 키워 놓고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는 것처럼 알맹이없는 기획들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번 달 25일과 26일 양일간'엘 시스테마'로 유명한 베네수엘라 출신의 구스타프 두다멜이 이끄는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예술의 전당을 찾아 드보르작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와 말러 교향곡 '비극적'을 들려준다.

말러 스페셜리스트로도 유명한 두다멜은 1981년생으로 이제 겨우 30대 중반에 불과하며 카라얀, 번스타인, 아바도, 래틀 등 대가의 적통을 잇는 젊은 마에스트로이다. 두다멜은 소통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 가장 적합한 기능들로 무장된, 엔터테이너적 요소가 강한 지휘자라는 점에서 애호가들의 그의 공연에 대한 기대가 각별해 보인다.

27일과 28일 양일간은 인근 통영에서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가 이끄는 스위스의 바젤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지한파 지휘자로 잘 알려진 러셀 데이비스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도 상당해서 그가 들려줄 모차르트 교향곡 32번과 번스타인 교향곡 '불안의 시대'는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가들의 번민을 풀어 들려줄 것이라 기대된다.

올 봄, 가장 기대되는 공연은 잔인한 4월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을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펼쳐지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 프로젝트이다.

국내의 연주자나 악단들도 간혹 이른 사이클 작업을 하는데, 이를테면 백건우의 쇼팽 사이클이나 부천필의 말러 사이클 같은 류가 그런 것들이다.

이번에 로열 콘세르트허바우가 벌이는 작업들은 기획자의 변에서도 나타나듯 정말 전대미문의 시도이다. 베토벤 교향곡 9곡 전부를 하루에 2~3개씩 묶어 나흘만에 다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요즘 젊은이들이 영화나 드라마 웹툰 같은 것을 하루 이틀 휴가를 내어 식사도 거른 채 완독 또는 완파하는 문화와 결부시켜 볼 수 있는 신선한 기획이라 여겨진다.

또 이 공연을 진행하는 악단이 누군가? 조금 지난 자료이긴 하나 영국의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2008년 전 세계 오케스트라의 랭킹을 메겼을 때, 당시 세계 3대 오케스트라라던 빈 필, 베를린필, 뉴욕필 등과 같은 세계적인 악단을 다 물리치고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려  놓은 교향악단이 아니던가.   

콘세르트허바우는 네덜란드어로 '콘서트홀'을 뜻하는데, 1888년 암스테르담의 공연장 콘세르트허바우의 전속 오케스트라로 창립되자마자 유럽 최정상 오케스트라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까지 1100여 개 이상의 음반과 영상물을 제작했고 2004년부터 마리스 얀손스가 수석 지휘자로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이반 피셔가 포디엄에 올라 최근 절묘한 조합이라는 칭송을 이어나갈 예정인 듯하다. 지나간 봄에 미안하지만 선율로 채워지는 올 봄이 그래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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