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낯선 이름이지만 중앙아시아에 투르크메니스탄(Turkmeni stan)이라는 나라가 있다.

아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지도 모른다. 지도상으로 어디쯤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우리 귀에 익숙한 우즈베키스탄, 이란 그리고 이번에 인질사건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과 맞물려 있는 곳이라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나라에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Saparmurat Niyazov)라는 사람이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1년부터 종신 대통령으로 군림하다가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사람이 세계적으로 소문난 괴짜다. 그가 집권한 20여 년 동안 엽기적인 발상은 가히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가 하는 짓을 보면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김일성·정일 체제와 너무나 흡사하다. 어쩌면 북한체제를 그대로 판박이 한 것 같다.

개인숭배는 이미 우상의 단계로 넘어와 황금동상을 곳곳에 세우는 일이나, 야당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닮았다. 거기에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똑 같다.

거리에는 북한처럼 「인민, 국가, 그리고 위대한 투르크멘바시(니야조프의 별칭)」라는 선전 구호판을 걸어 놓는 것도 닮았고, 그가 지은 책은 학교나 직장에서 코란에 버금가는 필독도서일 뿐 아니라, 중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려면 반드시 이 책을 달달 외워 시험을 쳐 통과해야만 된다.

그의 엽기적인 행각은 정치보다 사회문화 분야에 이르면 기가 차다 못해 세상에 이럴 수도 있나 하고 어안이 멍해진다.

우리가 보통 일주일을 월-화-수- 이렇게 부르지만, 그 나라에서는 「주요한 날-젊은 날-좋은날-」 이렇게 고쳐 부르고, 일년 열두 달을 8달로 만들어 월마다 이름을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고쳐 놓았다.

그건 약과다. 중앙아시아의 사막 가운데 얼음궁전을 지으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나, 사막에 동물원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는 반드시 펭귄이 살아야 한다고 지시하는 통에 엄청난 건설비가 들기도 했다.

외국에서 공부하여 박사가 되거나 의사, 변호사가 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면 모두 무효화 시켜버리고 마는 황당한 일도 태연히 지시한다.

요즘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는 가짜 학위소동은 아예 근원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나라다.
그 뿐이면 말도 않는다. 모든 영화관은 폐쇄되고, 발레나 오페라는 공연을 금지시킨다.

TV 사회자는 화장을 할 수 없고, 젊은이는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명령했고,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자기가 담배를 끊고 나서부터 공공장소 흡연을 못하게 만들었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도서관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언젠가는 농학대학을 시찰하던 중에 어느 여학생이 자신을 찬양하는 글을 금니를 하고 읽는 모습이 기분 나빠 그 자리에서 보건장관에게 국민들의 금니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니 이 정도면 괴짜 중에서도 괴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괴짜는 있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진리로 여겼다. 그런 탓에 튀는 아이 보다는 착한 아이를 선호했고, 남들과 좀 다른 사고를 가진 친구들을 싸이코라고 놀렸다.

그러나 요즘은 괴짜가 트렌드가 되어 버린 시대고, 예전에는 안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가짜가 오히려 창의력과 개성을 지닌 블루오션 경영전략의 핵심사고로 인식되는 시대다.

얼마 전 대선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전보건복지부장관의 튀는 공약이 단연 화제였다.

다른 대권후보들이 한반도 대운하니, 외자유치,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한민족 화합번영 정책 등 거창한 공약을 내세울 때 그는 이른바 ‘국민 등 긁어주는 3대 생활공약’이라면서 「멧돼지 잡는 대통령」 「배스 잡는 대통령」 「목욕탕 지어주는 대통령」이라는 발상법이 참으로 유시민답다.

다만 공수부대를 동원해서 멧돼지를 잡는다고 했다가 어디 공수부대가 멧돼지나 잡으라고 만든 부대냐는 비아냥으로 곤혹을 치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짜증나는 세상에 한 번 웃어보자고 한 이야기로 흘러버릴 수 없는 어떤 와 닿음도 있다.

염려스러운 것은 만약에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발상이 니야조프식 괴짜가 아니라 아름다운 파괴의 괴짜가 되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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