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만 열었다 하면 세칭 우리나라의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게 된다. '의혹의 3종 세트'라고 부르는 병역문제, 부동산 투기의혹, 논문표절 시비는 기본이고 여기에 α(알파)가 더해져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10, 11일 청문회에 이어 12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무난한 통과를 예상했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낙마냐 인준이냐를 저울질할 만큼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후보자는 초등학교 때 성적표를 비롯해서 웬만한 영수증이나 증빙서류까지 보관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어서 반대할 거리가 없을 것을 걱정했던 야당이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로 '자격없음'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사람들은 청문회 과정이 정책검증이 아니라 지나친 신상털기가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적어도 지도자라면 기본적으로 '법을 지키는 국민'이어야 하고,  '부정 없는 청빈한 생활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청문회는 미국이 모델인데, 미국에서는 이렇게 산상털기식 청문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건 맞다. 미국의 청문회는 우리와 다르게 대부분 정책검증인 것이 맞다.

그런데 모르는 게 있다. 후보자의 재산, 납세 등은 기본이고 시시콜콜한 문제, 이를테면 음주운전, 마약복용, 교통범칙금, 이성관계, 가정생활, 심지어 이웃 주민의 평가까지도 조사한다. 그것도 백악관 인사국뿐 아니라 FBI, 국세청, 공직자 윤리위원회 등 조사기관도 여러 개다. 그렇게 철저한 검증으로 신상을 털고 난 후에 청문회 자리에 앉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이 아니면 청문회장에서 신상털기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법무장관 후보였던 조 베어드가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청문회장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자진사퇴하지 않던가.

좋든 싫든 국민은 지도자의 민낯을 보고 싶어 한다. 단지 일 잘한다는 이유로 고위 공무원직에 앉혀서는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청문회는 더욱 추상같아야 한다. 자신 없으면 포기하라.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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