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란 말이 있다.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논란으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 아래로 주저앉자 이에 놀란 정부는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 공식발표 하루 전날 전격 무기연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 이면에는 정부가 개편하려는 건보료를 적용하면 건보료를 더 내게 될 사람이 45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반발을 의식해서였다. 그러나 개선안대로 하면 지역 가입자들은 재산(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한 보험료가 폐지돼 전체 가입자의 79.3%인 602만 가구의 건보료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8일 기자 브리핑에서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 후)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 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고심 끝에 무기연기를 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자 언론들은 일제히 무기연기를 사실상의 백지화라고 보도하자, 이번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개선안이 백지화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와 정책의장이 선출되면 그 때 가서 충분히 검토해서 발표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행자부는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증세논란에 휩싸이자 발표 12시간 만에 이 또한 없던 일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럼 그동안 건보료 개선안이 신중하게 검토되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우리나라 최고의 지식과 권위를 가진 브레인들이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다. 모든 정책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까지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발표하게 되는데, 이번 같은 경우에 보건복지부는 논의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해 연기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말정산도 그렇고,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도 그렇고, 건보료 체계개편도 그렇고, 과연 이 정부는 전문가 집단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냥 국민의 눈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행태가 꼭 아마추어 수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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