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회항' 때문에 당한 억울한 피해자는 바로 땅콩이다. 사실은 땅콩이 아니라 마카다미아 너츠라는 하와이 특산물인 견과류다. 그런데도 이런 어려운 이름보다는 우리네 단골 주전부리인 땅콩이라 부른 탓에 난데없이 땅콩이 날벼락을 맞았지만 그 덕에 전국의 땅콩이 불티나게 팔렸다.

작년 1월 세계뉴스에 브라질의 한 의류상점에 떼강도가 들어 매장 쇼윈도우를 깨고 의류를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게주인은 CCTV 영상을 그대로 광고에 내보내면서 '서둘러라. 강도들도 훔쳐가는 브랜드'라는 자막과 함께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자 며칠 만에 1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로 거둔 광고수입은 도둑맞은 손해금액을 다 만회하고도 남았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5년 4월 20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코끼리 3마리가 가까운 식당에 난입해 가게를 풍비박산 내버렸는데 수리 후 주인은 '코끼리가 들어온 집'이라는 상호를 내걸어 대박 났다. 코끼리 때문에 망할 뻔했던 가게가 코끼리 때문에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역대 누적 관객수 1위를 차지한 영화 '명량'은 상영이 어려울 뻔했다. 개봉을 앞둔 시기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 민감한 시기에 바다와 배가 주배경이 되는 '해양 블록버스터'를 상영한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월호 참사는 '명량'을 전화위복으로 바꾸어 놓았다. 민중의 편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결단할 수 있는 리더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 '인터뷰'는 북한의 거센 반발과 소니사의 서버 해킹 사태로 순식간에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초특급 화제작이 되었다. 북한 테러 위협이 오히려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면서 폭발적인 수입을 거머쥐었다. 북한 때문에 망할 뻔한 회사가 북한 때문에 살아난 아이러니였다.

세상은 이렇게 늘 불행한 것도, 늘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교훈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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