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作

▲ 박수현(38·양정동)
여고생 시절 처음으로 구입했던 시집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다. 윤동주 시의 소재가 된 하늘, 바람, 별 등은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였다.

특히 '별 헤는 밤'을 시낭송으로 한 번 듣게 된 후 이 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시는 문학교과의 제재이고 열심히 외워야하는 교과의 일부였던 고교시절에 살아 숨 쉬는 텍스트로 나에게 다가왔다.

가을밤이 더 깊어지거나 별을 바라보게 되면 이 시를 떠올리게 된다. 윤동주 시인이 별을 바라보며 이 시를 완성해 갔을 그 날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타향에 있는 자신을 생각하며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 시인은 서울에서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1941년 11월 5일 이 시를 썼다고 한다. 별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 북간도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늘의 별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갖가지 추억도 떠올린다. 추억, 사랑, 어린 시절 친구들의 한국어 이름과 동화 속 주인공, 그리고 어머니…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자신의 외로움이 표현돼 있다. 이렇게 닿을 수 없는 추억을 별과 헤아리며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나타낸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쓰고 흙으로 덮어버리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책감을 표현한다. 식민지 치하의 현실에서 자신의 무력감을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시인은 이런 나약함과 절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시 마지막 구절에는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이라고 희망을 노래한다. 무덤 위 파란 잔디와 풀이 봄을 기다리듯 광복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광복을 보지 못하고 윤동주는 동경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일본에 체포되어 감옥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는 '서시'의 구절처럼, 시대를 고민하고 민족을 사랑한 젊은 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이다.

깊어 가는 겨울 밤, 바람에 흔들리는 별을 바라보며 윤동주를 그리워하게 되고, 그의 시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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